남편이 남긴 피아노와 자동차를 가지고 아파트로 이사 간 '춘희'. 독일에서 온 지휘자 '민준'과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년 '성찬'을 만나 고요했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이 흐른다. 봄날의 만남은 가을 바람과 함께 무르익고, '춘희'가 오래 전부터 준비한 여행도 가까워지는데…
▶ 비포스크리닝
김진유 감독은 2013년 단편 '높이뛰기'로 서울독립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장편 데뷔작 '나는보리'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이목을 끌었다.
'흐르는 여정'은 김진유 감독의 6년 만의 장편작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조합 플러스엠상과 KBS독립영화상,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시선상까지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해외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 제25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17회 호주한국영화제, 제21회 파리한국영화제, 제21회 런던한국영화제 등 글로벌한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영화에는 연극부터 영화. 드라마까지 오랜 시간 탄탄한 연기를 보인 김혜옥이 출연한다. 그리고 '엄브렐러 아카데미'와 '애프터 양'의 저스틴 민이 주연을 맡아 이들의 연기 케미가 기대된다.
▶ 애프터스크리닝
잔잔한 영화려니 생각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영화 홍보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주요 장면은 피아노가 많이 등장한다. 클래식 음악을 다룬 영화인가? 노인과 클래식은 어쩐지 지루할거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잔잔한 영화는 맞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은 그 속도도 아쉬워 애써 붙잡고 있고 싶게 하는 영화였다.
인물들은 저마다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춘희의 서사는 그렇다치고 민준도 친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지휘자인데, 그가 엄마를 찾기 위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매일 마시는 막걸리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쩌다가 성찬이라는 아이를 발견했는지 등 그의 서사만 풀어도 한참의 이야기거리가 될 법 하지만 영화는 과감히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잘라내며 관객들이 여백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짐작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인물들의 사연을 부풀리지 않기에 이들이 같이 밥을 먹고 안부를 묻고 세차만 하는 일상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젖어들고 있음을 세심하게 전달한다. 이런 연출에 어울리게끔 배우들의 연기도 담백하면서도 장면 장면이 인상적이다. 과장 없는 표정과 눈빛, 찰나의 지나가는 표정으로 이들의 깊은 속내와 지나간 시간까지 읽어지게끔 연기했다.
이런 분위기를 극대화 하는 건 서정적인 풍광이다. 길가의 꽃들이, 아파트 베란다 앞의 가로수 가지들이, 흩날리는 벚꽃잎과 쌓인 먼지을 하얗게 보여주는 햇살,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줄기조차도 어찌나 곱게 잘 담아냈는지 거칠고 굴곡 많을 인물들의 삶을 다림질 해주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영화 속 음악도 각별하다. 엄청 음악이 좋다는 의미보다는 귀가 들리지 않는 남편이 좋은 진동을 위해 꿍꽝거리고 아내를 위해 작곡을 했을거라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어떤 선율이 흘러나오건 다 아름다울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서인지 더욱 가슴으로 듣게 되는 음악이다.
'흐르는 여정'은 피를 나눈 혈연만이 가족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나누고 서로의 온기가 되어주는 존재 역시 또 다른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잔잔하게 일깨운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던 '춘희'가 새로 이사 간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을 만나며 고요했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야기 '흐르는 여정'은 지금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영화사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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