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편 중 흑자 5편뿐…韓 영화 활기, '허리 강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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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AM 06:01

[이데일리 최희재 기자]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5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휴민트’, ‘호프’ 등 수백억대 제작비를 투입한 텐트폴 영화들이 줄줄이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한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등 중저예산 영화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침체된 한국영화 산업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대작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규모의 영화가 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6년 한국영화 손익분기점 추정치(그래픽=김일환)
2026년 한국영화 손익분기점 추정치(그래픽=김일환)
28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361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되는 작품은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살목지’, ‘군체’, ‘암살자(들)’, ‘실낙원’ 등 5편 뿐이다.

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군체’를 제외하면 모두 중저예산 영화들이다. 영화계에서는 통상 순제작비 100~150억원 안팎을 중예산 영화로 분류한다. 약 30억원이 투입된 공포영화 ‘살목지’는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80만명)을 넘어섰고, 5억원대의 저예산 영화 ‘실낙원’은 해외 118개국 선판매로 국내 개봉 전 제작비를 회수했다. ‘왕사남’과 ‘암살자(들)’도 제작비 100억원대의 중예산 영화들이다.

반면 수백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 작품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영화 ‘휴민트’는 제작비 약 235억원이 투입됐지만 198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손익분기점(400만명)에 크게 못 미쳤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한국영화 역대 최고 제작비(약 500억원)가 투입된 대작이지만, 관객들의 평가가 갈리며 흥행몰이에 실패했다.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7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누적 관객 수는 약 459만명에 그쳤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대작들의 흥행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국영화 특수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올해 극장 관객 수는 늘었지만, 한국 영화산업이 반등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대작들의 연이은 적자가 텐트폴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해 영화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제작비와 마케팅비 등 총비용이 커지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 쉽지 않다”며 “흥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다음 작품에 대한 투자 결정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반적으로 점점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영화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중예산 영화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몇몇 작품의 흥행에 기대기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노이즈’(약 35억원), ‘얼굴’(약 2억원) 등 중저예산 영화들이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으로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어 눈길을 끌었다.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텐트폴 영화의 흥행이 시장 규모를 키운다면, 중예산 영화는 대작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흥행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대작 흥행 여부에 시장 전체가 좌우되지 않으려면 제작 규모와 장르가 다양한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을 만나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중예산 제작지원 규모를 전년(100억원)대비 2배 늘린 200억원으로 책정하는 등 점차 중예산 영화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사 관계자는 “지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받은 작품이 실제 상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극장 수익을 통해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어야 후속 작품에 대한 투자와 제작이 지속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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