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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2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끈 SBS 드라마 '김부장'에는 AI(인공지능) 기술로 만든 장면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극 중 김부장(소지섭 분)의 과거를 설명하는 회상 신이다. 해당 장면은 AI 기술로 인물과 배경을 구현해 제작됐다. 기존 촬영분을 보정하거나 CG로 시각효과를 더하는 방식과 달리, AI로 하나의 움직이는 장면을 완성한 것이다.
AI가 사회 전반을 빠르게 바꿔놓는 가운데, 방송업계의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드라마 속 대규모 전투와 액션 장면부터 예능·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재연 화면까지 AI 기술이 방송 제작 현장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단순한 영상 보정과 시각효과를 넘어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편집, 유통에 이르기까지 방송 산업 전반으로 활용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KBS 2TV '문무' 스페셜 티저 영상 캡처
◇ '김부장'부터 '문무'까지, 방송에 스며든 AI 기술
VFX(시각효과) 전문기업 모피어스 스튜디오가 제작한 '김부장'의 AI 장면은 차량 전복과 총격, 추격, 수중 장면 등 수백 개의 컷이 약 2분 40초 동안 이어지는 시퀀스다. 또 SBS는 자체 개발한 AI 기술 '페이스 리에이징'을 활용해 소지섭의 젊은 시절 얼굴을 구현했다.
이상진 SBS AI파트너십팀장은 뉴스1에 "짧은 컷 하나를 AI로 만드는 것과 이야기가 있는 시퀀스 전체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인물과 사물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여러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제작 과정의 주요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김부장'의 주인공 소지섭은 AI 기술 활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한데 앞으로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케일이 크거나, 위험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장면은 (AI로) 대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정확히 구현되기는 어렵지만 괜찮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NA '신병4'
지난 9월 방송된 ENA 드라마 '신병4: 사보타주' 8회에서는 전쟁신을 AI로 구현했다. 시즌제 드라마인 만큼 기존에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다.
오는 11월 방송을 앞둔 KBS 2TV 대하사극 '문무' 역시 작품에서 AI 기술을 접목한 대규모 전투 장면을 선보인다. 광활한 공간을 배경으로 수많은 군사가 등장하는 전쟁 장면을 구현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문무'에서는 다양한 생성형 AI 기술이 활용된다. 삼국시대 성곽과 당나라 성, 자연 지형 등을 구현하고 수만 명의 군사가 등장하는 전쟁 장면도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제작진은 실제 촬영과 CG, AI 기술 등을 결합해 대하사극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을 화면에 담아낼 예정이다.
예능과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과거 배우들이 재연하거나 자료 화면과 삽화로 설명하던 상황을 AI 생성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MBC 선거방송 화면 캡처
불과 2년 전만 해도 MBC '심야괴담회'는 AI로 제작한 재연 화면이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AI 영상 생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활용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현재 '심야괴담회'를 비롯해 SBS '궁금한 이야기 Y'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MBC '서프라이즈 : 미스터리 살롱' 등에서는 과거 사건과 인물의 모습을 재구성하거나 실제 영상 자료가 부족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AI 생성 화면을 활용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은 선거방송에서도 시도됐다. MBC는 지난해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의 카운트다운 영상 '그날, 함께 지금'에서 AI 기술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을 구현했다. 실제 촬영 영상과 기록 자료만으로 구성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생성형 AI를 통해 역사적 장면을 재구성한 사례다.
AI 기상캐스터 / MBN
'AI 아나운서' 'AI 리포터'는 더 이상 미래의 상상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의 모습과 움직임을 구현한 'AI 인간'이 실제 방송 화면에 등장하고 있다. TV조선 '뉴스 퍼레이드'는 AI 아나운서 아이온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고 있으며, MBN은 AI 기상캐스터 백우진을 통해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24년부터 정책 영상 뉴스에 AI 아나운서 제이나를 도입해 도정 소식을 전하고 있다.
AI는 콘텐츠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9월 막을 내린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연애'는 사람과 AI가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AI 자체를 출연자로 등장시켜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 현재 방송 중인 KBS 예능 프로그램 '백수 이세돌'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사회 현상과 그에 따른 고민을 반영한 주제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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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의 'AI' 전환 가속, '선택' 아닌 생존 위한 '필수'
방송 관계자들은 "AI 도입은 방송사에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광고 매출 감소와 제작비 상승의 문제를 겪고 있는 방송 산업은 AI를 새로운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방송 및 영상 업계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31.9%를 기록했다. 방송사들도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자체 제작 기술을 개발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AI가 개별 프로그램의 제작 도구를 넘어 방송 산업의 제작 방식과 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KBS는 AI방송혁신단을 중심으로 방송 제작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반 방송 제작 지원 거점인 'AI 프로덕션'을 열었으며, 자체 AI 포털 '카이로스'와 AI 전용 스튜디오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방송 제작 현장에서는 자체 AI 설루션도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 영상 프레이밍 도구인 '버티고'는 영상 속 인물을 인식하고 추적해 출연자별 영상을 제작하는 기술로,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 적용됐다. 이 밖에도 KBS는 뉴스, 예능, 다큐멘터리, 사극,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방송 원시데이터를 활용해 AI 학습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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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SBS AI전략위원회와 AI파트너십팀을 통해 프로그램 기획부터 후반 작업, 유통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음악 추천, 과거 영상 검색 등의 데이터랩스 기술, 촬영 장비나 불필요한 물체를 지우고 배경을 복원하는 'AI 리무브' 기술을 활용 중이다.
AI 활용은 유통 과정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SBS는 방송 장면을 골라 쇼츠로 제작하고 자막을 달아 업로드하는 과정도 AI로 자동화했으며, 이미 촬영이 끝난 영상에도 상품을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AI 버추얼 PPL'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광고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MBC는 기존의 AI 조직을 통합한 AIT센터, 자회사 도스트11(DOST11)를 중심으로 AI 전략 수립부터 기술 개발, 현장 적용까지 아우르는 조직 체계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AI 기반 쇼츠 제작, 자막 자동화, 음성 합성 기술 등을 적용하고 있다. 또 60년 넘게 축적한 55만 시간의 방송영상 데이터를 AI 학습과 기술 개발에 활용하는 한편, 다국어 더빙과 시각장애인용 AI 화면해설 등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BS 'AI 문학관'
EBS 역시 AI 기술을 콘텐츠 제작 전반에 도입하고 있다. 편성, 제작, 기술 등 다양한 부서에서 AI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가운데, 특히 역사와 문학 등 교육 콘텐츠를 AI로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성형 AI로 한국 근현대 문학 작품을 영상화하는 'AI 문학관'이다. 이 밖에도 역사적 인물을 AI로 재현하는 'AI 드라마-부활수업' 등 AI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방송 산업은 AI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부터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과정까지 AI 기술이 스며들면서 방송 제작의 기존 문법도 달라지고 있다. 방송 산업 전반에 걸쳐 AI를 중심으로 한 변화와 혁신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ichi@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