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액션신에 2억 절감"…AI로 제작비 아끼고 창작 영역 확장

연예

뉴스1,

2026년 November 01일, AM 07:00

MBC

인공지능(AI) 기술이 방송가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과거 방송가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영역이 자막 생성, 음성의 문자 변환 등에 그쳤다면,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에는 기획부터 영상 제작, 시청자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AI 기술은 이제 단순한 업무 도구를 넘어 콘텐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 '김부장' 3분 액션신에 2억 원 절감…비용 줄이고 표현 넓히고

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방송사들도 앞다퉈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제작비를 줄이고 업무 시간을 단축하는 '효율화'가 가장 큰 이유다. 이상진 SBS AI파트너십팀장은 '김부장' AI 화면에 대해 "김부장의 과거 북한 침투 장면은 실사 촬영에 수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AI를 활용해 약 2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실질적인 활용 성과를 전했다.

EBS도 올봄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대거 제작해 방영했다. 'AI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AI드라마-부활수업' 등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에는 'AI문학관'을 새롭게 공개했다. 특히 자료 조사, 번역, 자막 임베딩 등의 작업에 AI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제작 과정의 효율을 높였다.

EBS 'AI 드라마 - 부활수업' 예고 영상 캡처

AI 도입은 제작비 절감뿐 아니라 기존의 예산과 촬영 환경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까지 가능하게 해 창작의 폭도 넓히고 있다. KBS 2TV 대하사극 '문무'도 생성형 AI 기술로 만든 역사적 공간과 대규모 전투신 등을 선보인다.

최동은 KBS 후반제작기술팀장은 "대하드라마는 웅장한 스케일을 구현해야 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촬영 환경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라며 "'문무'에서는 기존 제작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작품의 규모감과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프리비즈 제작을 통해 다양한 구도와 연출을 빠르게 시각화하면서 사전 제작 효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김부장' 속 다리 위 폭파 장면에서는 차량을 CG로 제작하고,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은 생성형 AI로 구현했다. 촬영 시 위험 부담이 큰 장면을 디지털 기술로 대체한 것이다.

이 팀장은 "실제로 찍으려면 매우 위험한 장면인데 이를 CG와 AI로 구현하면서 출연자와 스태프의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VFX(시각 효과) 방식이라면 화염의 물리적 움직임을 일일이 구현하느라 며칠씩 걸릴 작업이었다"라며 "('김부장'은) 기존 VFX 노하우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AI 기반 '버티고 PTZ'/사진=KBS 제공

◇ 반복 작업은 AI가...방송 제작 효율 높인다

AI는 방송 제작 현장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영상 편집과 자료 검색, 후반 작업 등에 AI를 도입하면서 제작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KBS의 AI 기반 자동 영상 프레이밍 솔루션 '버티고'(Vertigo)는 영상 속 인물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추적해 출연자별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KBS 2TV '뮤직뱅크' 영상 제작에 활용된 이 기술은 기존에 출연자 한 명당 약 15분이 걸리던 편집 시간을 2~3분으로 줄였다.

방송 관계자들은 AI를 통한 효율화가 콘텐츠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팀장은 "아낀 시간과 비용을 다시 콘텐츠에 투자해서 과거 시간과 돈 때문에 포기했던 장면과 포맷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시청자가 늘고, 이는 해외 유통과 광고 수익 확대로 이어져 이를 다시 제작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AI를 통해 이러한 선순환을 실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석원 MBC AI전략팀장은 AI 도입의 핵심 효과로 '업무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며 "반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를 AI가 덜어주면 구성원들은 기획과 연출, 스토리텔링 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 예산과 시간의 벽 때문에 포기했던 기획도 다시 추진할 수 있으며 이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AI 도입의 목표는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AI가 덜어준 시간만큼 구성원들이 더 의미 있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콘텐츠를 더욱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선거 방송 영상 캡처

◇ 방송 아카이브의 재발견, AI 시대 새로운 경쟁력

AI 시대를 맞아 방송사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고유한 방송 아카이브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오래된 기록물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국어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도 활용할 수 있어 향후 방송 아카이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MBC가 지난 6월 지방선거 개표방송에서 선보인 '소녀, 그리고 우리' 카운트다운 영상도 생성형 AI 기술로 만들었다. MBC 측은 "촬영을 전혀 거치지 않고 오직 MBC의 방대한 방송 아카이브와 한층 진화한 생성형 AI 기술만을 접목해 이 거대한 서사를 완성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해당 영상은 완성도로 호평 받으며 'AI 기술 활용의 좋은 예'로 남았다.

권 팀장은 "제작비 부담이 줄면서 더 다양한 기획이 시도되고 수십 년간 쌓인 방송 아카이브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 사회적 맥락을 담은 고품질 멀티모달 데이터로서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된다"라며 "글로벌에서 이미 형성된 것처럼 국내에도 데이터 거래 시장이 열릴 것이고, 이는 방송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영우 KBS AI방송혁신단장도 콘텐츠 원천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하나의 원천 콘텐츠를 AI를 통해 여러 재가공 콘텐츠로 확장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방송사의 경쟁력은 AI 도구 자체보다 양질의 콘텐츠 원천자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제작 노하우, 편집·검수 역량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팀장 역시 "결국 방송사가 AI 시대에 살아남는 건 수십 년간 쌓아온 IP를 AI와 얼마나 잘 접목하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가에서 AI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보편화하면 업계의 제작 방식과 경쟁 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권 팀장은 "사람의 기획과 연출에 AI의 생산성이 더해지는 'AI 하이브리드 제작'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서 단장 역시 "결국 방송의 미래는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방송이라기보다, 방송인의 전문성과 공영적 가치에 AI의 기술적 능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결국 AI 도입은 방송 제작 방식의 변화를 넘어 방송사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는 각 방송사가 축적한 콘텐츠와 제작 노하우를 AI와 어떻게 결합하고, 절감한 시간과 비용을 새로운 창작에 재투자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ichi@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