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동기' 박대호, 배우로 저점매수합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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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1일, AM 10:11

[이데일리 최희재 기자] 궁금했다. 신인 배우일까, 진짜 연주자일까.

박대호(사진=본인 제공)
박대호(사진=본인 제공)
영화 ‘흐르는 여정’의 박대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손끝과 음악에 몰입한 눈빛은 연기라기보다 실제 연주자의 모습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 박대호는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박대호는 제41회 부산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이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클래식 음악 장학생들로 구성된 CMK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박대호는 이날도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왔다고 말했다. 박대호는 “배우로 영화에 나온다는 의미보다 이 영화가 세상에 공개된다는 게 너무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은 극 중 성찬과 똑 닮아있었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사진=영화사 진진)
‘흐르는 여정’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던 춘희(김혜옥 분)가 새로 이사 간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을 만나며 고요했던 일상에 새로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박대호는 극 중 춘희의 도움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어가는 조성찬 역을 맡았다.

김진유 감독에 따르면 정성찬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박대호는 두 분 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라며 “윤찬이 형은 영재원을 같이 다닌 동기”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대호는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서던 자신이 배우로 영화관에 섰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공연은 ‘다시’라는 개념이 없어서 한 번에 완벽한 공연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영화는 배우로서 처음 데뷔하는 거다 보니까 시사회 전까지도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김진유 감독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연주자 섭외를 위해 한예종 피아노과 단체 대화방에 모집 글을 올렸고, 박대호를 보자마자 “성찬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사진=영화사 진진)
‘피아노 영재’ 박대호가 모집 글을 보고 지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피아노 연주 장면의 손 대역을 맡은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혜옥은 그에게 남다른 존재였다. 김혜옥은 2004년생 박대호의 최애 드라마인 ‘왔다 장보리’와 ‘내 딸 서영이’에 모두 출연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박대호는 “혜옥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 팬미팅하는 느낌이었다”며 “팬이라고 말씀드리니까 너무 좋아하셨다. 첫날부터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찍어주셔서 엄마한테 자랑도 했다”고 팬심을 자랑했다.

김혜옥 역시 앞선 인터뷰를 통해 박대호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나를 알려주면 100을 하기에 깜짝 놀랐다. 반성까지 했다“고도 했다.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사진=영화사 진진)
영화 '흐르는 여정' 스틸(사진=영화사 진진)
박대호는 ”선생님께서 첫 만남 때 ’딱 성찬이다‘라는 생각을 하셨다더라“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대사할 때 억양, 발음, 운율 같은 것도 알려주셨다. 어떤 감정을 생각할 때 장면을 떠올리면서 감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촬영이 끝나고도 이어졌다. 김혜옥은 박대호의 피아노 연주회에 실제로 응원을 가기도 했다.

박대호는 저스틴 민과의 호흡에 대해선 ”촬영장에서 하시는 애드리브가 제가 실제로 레슨 때 듣던 것과 너무 비슷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색하지 않게 대화도 많이 걸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극 중 성찬이 민준에게서 받은 마음을 실제 경험과 연결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성찬이 민준에게 받은 건 조건 없는 가르침과 사람이지 않나“라며 ”저희 교수님도 실제로 저를 밤낮없이 가르쳐주신다. 민준도 성찬에게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대호는 극 중 연주뿐 아니라 개봉 이후 발매된 ’흐르는 여정‘ 사운드트랙 연주에도 참여했다. 그는 ”시사회날 몇몇 관객분들이 피아노를 얼마나 배웠는지 물어보시더라. 원래 직업이 피아니스트라고 하니까 ’그래서 연주가 좋았구나‘ 하셨다“며 ”연기가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나 싶어서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급히 ”이건 농담이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박대호(사진=본인 제공)
박대호(사진=본인 제공)
그가 생각하는 ’흐르는 여정‘의 핵심은 사랑이다. 존엄사라는 무거운 주제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박대호는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서로의 아픔을 생각해주고 공감하는 마음이 사람들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박대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바닷가에서 인물들이 함께 안는 순간을 꼽았다. 박대호는 ”누구도 말하진 않았지만 그게 마지막 인사라는 걸 알지 않나.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제가 직접 겪은 제 인생인 것처럼 다가왔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 외할머니께서 인사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제가 외할머니한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덧붙여 뭉클함을 안겼다.

연기 제안이 들어온다면 제대로 배우며 도전하고 싶다는 박대호. 그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게 너무 재밌는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너무 행복한 기억이 많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니까 덥석 하면 안 된다“며 ”책임감을 갖고 연기를 배워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피아니스트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온 박대호는 ’흐르는 여정‘을 통해 새로운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피아노 천재의 연주만큼, 배우 박대호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흐르는 여정‘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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