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 황후'는 디즈니+ TV쇼 부문 12개국 1위, 종합 7위를 기록했다. '오늘 한국의 TOP10' 부문 1위까지 달성하며 작품을 향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폭발했음을 입증했다.
외신과 평단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2026년 최고의 K-드라마"라는 찬사와 더불어 첫 한국형 로판의 성공적인 탄생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 등으로 이뤄진 스타 캐스팅에도 이목이 쏠렸던 '재혼 황후'는 배우들을 향한 해외의 주목도도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는 엄연한 마이너 장르인 로맨스 판타지를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재혼 황후'의 흥행은 더욱 의미가 있다.
한편 넷플릭스 역시 같은 시기 마이너 장르인 괴담 호러 콘텐츠 '꿀알바'를 선보이며 흥행까지 연결시키는 대박을 터뜨렸다.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꿀알바만을 소개하는 이상한 인력사무소'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부문 4위에 오르며 넷플릭스의 투자 이유를 입증했다. '꿀알바' 제작진이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작 단계부터 흥행까지 모두 기적적인 일"이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재혼 황후'처럼 '꿀알바' 역시 K-드라마 시장에서 마이너 장르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사례로서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물론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거대 OTT 플랫폼의 작품이었기에 탄생이 가능했다는 반응도 있다. 방송 광고에 대부분의 수익성이 편중 되어있는 방송사로서는 모두 투자와 편성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콘텐츠다. 더욱이 두 작품에서 장르와 스토리만큼 중요한 건 CG와 미술 등 '비주얼 퀄리티', 그리고 스타 캐스팅이다. 이는 콘텐츠 제작사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방송사가 아닌 OTT로 향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K-드라마 업계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현실을 지적해왔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업계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배우들의 몸값을 비롯한 드라마 전반의 제작비 수준을 막대하게 올렸을 뿐더러 IP 수익까지 독점한 탓에, K-드라마 성장의 과실을 OTT 플랫폼이 지나치게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을 쓴 박해영 작가(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는 "자체 자금만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제작사나 방송사는 이제 하나도 없게 됐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대한민국에서 이야기를 가장 잘 쓰던 창작자들이 드라마 판에서 다른 업계로 넘어가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방송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등 드라마 제작 관련 12개 단체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가 지난 2022년 141편에서 불과 2년 만에 30% 가량 줄었다"며 대표적으로 지상파 3사의 주중 드라마 편성 슬롯 축소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는 범정부 차원의 투자와 국가지원을 요구했다. 1조원 규모의 중장기 K-드라마 투자·지원체계 구축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는데, 제작비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된 글로벌 OTT를 향해서도 쓴소리가 빠지지 않았다.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은 "IP 수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구조와 성공률에 따른 이익 배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가 주장한 '상생 모델'을 글로벌 OTT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 한국 콘텐츠 제작에 이미 지속적이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 두 플랫폼 모두 최근 수익성 악화로 수천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등 비용 절감 추세로 돌입한 상황이다. 업계가 주장한 최근 IP 수익 공유와 인센티브 제공 형 상생 모델에 대한 신규 투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글로벌 OTT의 자본은 오히려 국내 제작 환경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장르와 소재를 현실화하고,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가속하는 동력이 되어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재혼 황후'와 '꿀알바' 역시 이러한 투자 환경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들이다. 그러나 K-드라마의 제작 기반이 무너지면 OTT 역시 양질의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만큼, 이 생태계에서 양측이 공존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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