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부터 코치, 감독으로 K3 클럽 대전 코레일에서만 36년을 보낸 김승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파격 발탁됐다. 그는 "내가 해야할 일은 현장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혁신, 쇄신, 개혁 등 달라져야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던 상황이었기에 어떤 인물들이 발탁될지 팬들의 관심이 많았다.모든 얼굴이 신선할 수는 없고 일부 인사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변화에 대한 의지'가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김승희 대전코레일 감독의 전무이사 발탁이다.
축구 현장에서는 익숙한 인물이다. 1990년 한국철도축구단에 입단한 그는 2025년 현재까지 팀에 머물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구단 명칭이 대전 코레일로 바뀌고 선수(90~98)에서 코치(99~06)로, 코치에서 감독(07~현재)으로 명함만 달라졌을 뿐이다.
김승희 감독이 축구협회 행정 실무를 책임지는 전무이사로 발탁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과거에도 선수 출신 전무이사는 있었으나 홍명보(현 대표팀 감독), 박경훈(현 수원삼성 단장) 등 프로와 대표팀 경력이 화려한 스타출신이었다. 실업리그와 K3에서만 활약한 김 감독의 발탁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공식 취임에 앞서 전화로 먼저 만난 김승희 전무이사는 통화 내내 '현장'과 '소통'이라는 단어를 반복하고 강조했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장 목소리가 협회 행정에 잘 반영되도록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그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전무는 "(정몽규)회장님이 이번 선거기간 동안 시도협회를 비롯해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축구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껏 현장의 목소리가 위(축구협회)로 올라갈 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신 것 같다"면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현장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할 인물을 찾으셨는데, 날 선택하셨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내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피하지 않고 맡겠다는 마음은 먹었는데 전무이사까진 생각 못했다. 내가 봐도 파격이고 놀랍다"면서 "K3리그에 오래 있었으니 현장 문제는 잘 알고 있다. 일선 지도자들이 모두 선후배 동료들이고 제자들도 많다. 그들과 평소에 이야기 나눈 것들을 협회에 들어가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희 전무이사는 풀뿌리 축구를 비롯해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써 선수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협회를 향한 여러 비판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나치게 대표팀에만 신경 쓴다는 지적이다. 대표팀으로 향하는 줄기 단계는 허약하고,더 아래로 내려가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되는 유소년과 풀뿌리 축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미미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승희 전무도 같은 생각이다.
김 전무는 "풀뿌리 축구가 튼튼해야 한다. 건강한 토대가 결국 대표팀의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사실 풀뿌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잘 살펴 좋은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 있어보면 풀어야할 게 많다. 학생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문체부나 교육부와 연계할 문제도 있다. 일선 지도자들이 처한 현실, 시도축구협회의 어려운 상황 등도 챙겨야한다"면서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분들과 소통해서 현실적인 방법 그리고 중장기적인 해법을 도출해 낼 것"이라고 각오를 피력했다.
축구협회 전무이사가 되면서 정들었던 코레일은 떠나야한다. 그는 "어른이 된 이후 내 축구인생을 여기서만 보냈으니 실감이 안 난다. 코레일에서만 36년을 지냈다"며 아쉬움이 묻어나는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인수인계 절차가 마무리 되면 본격적으로 협회 업무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팀에 있을 때 오로지 선수가 잘 되는 것에만 신경 쓰고 살았다. 똑같이 할 생각이다. 잘 되게 하는 범위가 넓어진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는데, 많은 분들과 소통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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