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이것보단 빨라”…'무성의' 경기에 해설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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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5월 31일, 오후 05:36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지난 21일 열린 전국종별육상선수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경기에서 이례적인 ‘느린 레이스’가 펼쳐져 논란이다.

중계하는 윤여춘 해설위원의 모습.(사진=KBS스포츠)
이날 출전한 선수들은 출발 총성이 울린 뒤 뛰어나가기는 커녕 여유로운 레이스를 선보였다. 일부 선수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1위를 차지한 정민국의 기록은 10분 16초 56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07년에 나온 한국 남자 대학부 최고 기록(8분 50초 41)은 물론, 여자 최고 기록인 9분 59초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경기의 중계를 맡은 윤여춘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페이스가 너무 늦다. 너무 순위 경쟁을 하다 보니 조깅도 아니고 워킹보다 조금 빠른 것 같다”며 “이것이 대학 육상 선수들의 현실이다. 이런 경기를 국민이나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건 우리 육상인들의 창피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내내 걷는 듯한 레이스가 이어지자 윤 해설위원은 “이렇게 뛰면 중계하는 저희도 힘이 나지 않는다. 시청하는 분들도 분명히 채널을 돌릴 것이다. 육상의 인기를 저하하는 경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로 당분간은 대학 3000m 장애물 경기는 중계해서는 안되겠다. PD님한테 앞으로 대학 경기는 당분간은 중계 방송하지 않는 걸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경기도 이렇게 뛰지 않는다”고 지적한 윤 위원은 “제가 볼 떄 이 선수들은 육상 인기를 저하하는 선수들이다. 정말 속상해서 하는 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자신을 이번 대회 1위를 차지한 선수라고 밝힌 인물이 댓글을 달았다.

그는 “언제부터 관심들이 이렇게 많으셨다고 또 한 번 놀랍다. 저희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아직은 어린 선수들인데 다들 말들 쉽게 하신다”며 “오히려 전국체전에서 다른 종목이 순위 싸움을 하면 그건 전력이고 전술인데, 어떤 종목은 그게 되고 어떤 종목은 안 된다는 게 참 웃기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해설위원은 29일 KBS스포츠에 “선수들이 담합해서 기록 위주가 아닌 순위 경쟁을 펼친 것이 안타까워서 한 이야기였다. 최선을 다했는데 기록이 안 나오는 건 본인의 수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담합해서 경기하는 건 꼭 고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기록보다 순위가 중요한 한국 육상의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1억 원 가까이 받는다. 기록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지 순위에 대해 보상하는 것도 체육회나 국가에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