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후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계주 400m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이 결선에서 1위로 들어온 뒤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혁(국군체육부대), 이재성(광주시청),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서민준(서천군청). 사진=연합뉴스
한국 육상이 아시아선수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동메달(1981년, 1983년, 1985년, 2023년)을 수확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물론 이번 대회 우승이 진정한 아시아 최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 육상 최강국인 일본은 오는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해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일찌감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낸 중국도 2진급을 파견했다.
이미 남자 400m 계주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일본은 최고 기록이 37초43으로 한국보다 1초 이상 빠르다. 중국 역시 최고 기록이 37초79에 이른다. 그렇다 해도 그동안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을 제외하고 희망 없던 한국 육상에서 값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단순히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계주 대표팀은 최근 3주 동안 한국신기록을 세 차례나 세웠다. 이날 기록은 지난 1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5 세계릴레이선수권에서 작성한 한국기록 38초51을 0.02초 앞당긴 것이다. 현재 한국 육상에서 이처럼 눈에 띄게 기록을 단축한 종목은 남자 400m 계주가 유일하다.
더 반가운 것은 한국신기록과 금메달을 일군 계주 멤버들이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신예들이라는 점이다. 폭발적인 힘과 순발력이 중요한 단거리 선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을 전성기로 본다. 지금 멤버들이 앞으로 개인 기록을 훨씬 단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한극 님자 400m 계주 대표팀에게 눈앞의 목표는 내년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메달권 진입이다. 당장 일본, 중국을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만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동메달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것은 1986년 서울 대회(성낙균, 장재근, 김종일, 심덕섭)와 2023년 항저우 대회(이정태, 김국영, 이재성, 고승환), 단 두 차례뿐이다.
더 큰 목표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본선 출전이다. 한국 육상이 자력으로 올림픽 계주 종목에 참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988 서울 대회에 개최국 자격으로 나선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는 총 16개 나라가 출전했다. 당시 마지막으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네덜란드의 기록은 38초30이었다. 육상 관계자들은 최근 세운 한국 기록보다 최소 0.3초 이상 앞당겨야 LA 올림픽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만만치 않은 목표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한국은 최근 1년 사이에 남자 400m 계주 기록을 0.19초나 줄였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통해 높아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개인 기록을 더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노려볼만한 수준이다.
계주팀 맏형 이준혁은 “100m는 개인 종목이지만, 계주는 단체전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개인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팀 단합도 잘 되면서 계주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며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한국 신기록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1일 오후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계주 400m 결선에서 우승한 대표팀이 한국신기록이자 대회신기록인 38초49를 세우며 우승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서민준(서천군청), 이준혁(국군체육부대), 이재성(광주시청).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