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선호 기자] 동생들의 화끈한 응답인가?
KIA 타이거즈는 주전 타자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간판타자 김도영이 개막전에서 허벅지를 다쳐 한 달 넘게 쉬었다. 사흘만에 박찬호가 무릎부상으로 빠져 열흘 쉬었다. 김선빈도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더니 출전이 뜸했다. 3년만에 개막전에 출전한 나성범은 종아리 근육손상으로 이탈했다.
뒤를 이어 김선빈도 결국 종아리 근육손상 판정을 받아 자리를 비웠다. 패트릭 위즈덤이 허리가 아프다고 주저앉았다. 그래도 돌아온 김도영이 4경기 연속 홈런 등 화끈한 타격으로 타선을 지켰다. 그러나 도루를 하다 또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타선에서 사라졌다. 1차 부상때보다 심각해 장기 이탈을 예고하고 있다.
주전들의 부상 이탈만은 아니었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들도 부진에 빠졌다. 최원준과 이우성이 작년의 활약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변우혁도 1루와 3루수로 공백을 잘 메우는 듯 했지만 다시 부진에 빠졌다. 한국시리즈에서 백업요원으로 활약했던 박정우도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이탈했다. 3할에 가까운 타격을 펼친 백업맨 홍종표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집단슬럼프였다.
급기야 42살의 노구에도 최강의 타격을 펼치며 후배들에게서 신이라는 극존칭까지 받은 맏형 최형우가 나섰다. 김도영이 다친 직후 "이런 줄부상은 말이 안된다. 이제 더 이상 부상 핑계대지 말자. 여기에 있는 동생들이 잘하면 된다. 주전들이 자리를 비는 한 두 달 미쳐라. 그들이 돌아오더라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된다"고 분발을 주문했다.
대거 2군에서 올라와 부상 주전들의 빈자리를 채운 후배들을 향한 강한 메시지였다. 오선우가 4월12일 1군 콜업을 받았고 중견수 수비가 능한 김호령도 승격통보를 받았다. 최근에는 윤도현과 김석환도 1군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의지였다. 어쩌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맏형의 주문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오선우는 콜업을 받자마자 화끈한 타격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2019 입단 이후 가장 많은 13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1푼5리 5홈런 16타점 23득점 OPS .848의 우등성적을 내고 있다. 타석에서 투수와 승부를 할 줄 아는 확실한 1군 타자가 됐다. 외야와 1루까지 병행수비도 곧잘한다.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고 히트상품 조짐을 보인다.
한때 제2의 이승엽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김석환도 만년 2군 폭격기에서 벗어났다. 11경기에서 홈런은 없지만 타율 2할8푼2리 5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도현도 수 년째 찾아온 부상과 송구입스를 극복하고 1군에서 제활약을 펼치고 있다. 11경기에 출전해 3할7푼1리 4홈런 7타점 OPS 1.236의 압도적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일 수원 KT전은 이들 트리오의 활약이 빛났다. 1회 윤도현이 솔로홈런을 날리자 김석환이 3-0으로 달아나는 귀중한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어 2회 다시 윤도현이 연타석포를 가동했다. 윤도현은 4-3으로 앞선 9회 안타로 출루했고 1사2루에서 오선우가 좌전적시타를 날려 귀중한 추가점을 뽑았다.
KIA는 최형우가 주문한 동생들의 대분발을 앞세워 스윕패를 모면했다. 오선우가 활발한 타격을 해주자 위즈덤이 복귀해서도 1루가 아닌 3루수로 출전하는 변화도 찾아왔다. 윤도현과 김석환까지 활발한 타격을 하자 타선에 활력이 생겼다. 아울러 오랜 슬럼프에 빠진 최원준과 이우성도 깨우는 각성효과도 예상되고 있다. 동생들의 응답이 힘겨운 KIA 신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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