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최규한 기자]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다.홈팀 KT는 소형준, 방문팀 두산은 최승용을 선발로 내세운다.경기를 앞두고 두산 이승엽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5.03.26 / dreamer@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5/06/03/202506030036776215_683dcca98f6e1.jpg)
[OSEN=이후광 기자] 국민타자는 국민감독이 될 수 없었다. 지도자 경험 없이 프로 무대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냉혹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퇴진이라는 ‘새드 엔딩’을 맞이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구단은 지난 2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오후 잠실구장에 위치한 두산 사무실에 방문해 고영섭 대표이사, 김태룡 단장과 차례로 면담을 진행했다. 감독은 이 자리에서 “올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겠다”라는 말과 함께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이승엽 감독은 2022년 10월 18일 서울 잠실구장 구내식당에서 두산 제11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5억 원)의 조건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한 뒤 등번호 ‘77’이 새겨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 첫 감독 커리어의 문을 열었다.
2022시즌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은 이승엽 감독과 함께 2023시즌 5위(74승 2무 68패)에 오르며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았다. ‘FA 최대어’ 양의지와 ‘20승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 복귀 등 스토브리그를 알차게 보내며 1년 만에 9위 충격을 씻는 데 성공했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첫해부터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다만 두산은 시즌 막바지까지 공동 3위 싸움을 하다가 5위로 떨어지며 가을야구 복귀의 기쁨이 반감됐다. 5위보다 더 높은 순위도 가능했을 거라는 시선이 9위에서 5위로 도약한 성과를 가렸고, 급기야 홈 최종전에서 일부 홈팬들이 이승엽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토록 바랐던 가을야구 또한 창원에서 1경기 만에 허무하게 종료됐다.
2024시즌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시라카와 케이쇼, 조던 발라조빅 등 외국인투수진이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스프링캠프 때 구상한 마운드 플랜이 모두 어긋났다. 좌완 신예 최승용의 부상, 토종 에이스 출신 최원준의 부진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 등 젊은 불펜진의 혹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선발진 붕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투수교체를 하며 ‘투마카세’라는 불명예 별명을 얻었다.
이승엽 감독은 선발진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팀을 정규시즌 4위(74승 2무 68패)로 이끌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을의 기운은 두산을 외면했다. 모처럼 홈에서 열린 포스트시즌을 맞아 와일드카드 결정전 사상 최초로 5위팀에 2경기를 모두 내주는 시련을 겪었다. 그 동안 5위팀의 1차전 승리가 두 차례 있었지만, 2차전까지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그렇게 두산은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4위가 됐다.
그리고 하나 더. 야구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오재원 수면제 대리처방 파문이 터지면서, 이승엽 감독은 이에 연루된 김인태, 김민혁, 장승현, 박계범, 제환유, 박지훈, 이승진, 안승한 등 8명의 1.5군급 선수를 경기 플랜에 넣지 못했다. 클러치능력이 강점인 김인태, ‘양의지 백업’ 안승한, 장승현, ‘내야 유틸리티’ 박계범 등의 부재도 2024시즌 레이스를 더욱 힘겹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심지어 안승한은 이로 인해 2024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 박정원 구단주의 “4위, 5위를 하려고 야구하는 게 아니다”라는 일침을 들었다. 이승엽 감독 또한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허슬두 부활 및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외쳤지만, 이번에는 토종 에이스 곽빈, 필승조 홍건희가 개막 직전 부상 이탈하며 또 플랜B로 시즌을 출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3인방의 기대 이하의 활약, 이유찬 부상, 김재환, 강승호, 양석환 등 핵심 선수들의 슬럼프 장기화 등이 겹쳐 9위에서 방황을 거듭했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 시범경기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두산이 과거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선수들과 힘을 합칠 것이다. 매년 더 높은 성적을 올려야한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고, 한 번이라도 더 이기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재계약 또한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올해 우리 두산이 많은 박수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두산의 반등에 올인했으나 두산은 명성을 찾지 못했고, 이승엽 감독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고 2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은 이승엽 감독. 통산 346경기 171승 7무 168패(승률 .504)를 기록하며 승률도 5할 이상을 기록했지만, 각종 변수 및 악재가 연달아 발생하는 불운을 겪었고, 감독으로서 프로 무대가 처음이다 보니 이를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현역 시절 경험과 코치들의 조언을 종합해 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또 찾았으나 냉혹한 현실 속 끝내 두산을 명문구단으로 재탄생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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