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꼭 필요한 선수" 하루 6끼→14kg 벌크업…지독한 노력이 '데뷔 첫 만루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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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5년 6월 12일, 오전 10:10

한화 이원석. /한화 이글스 제공한화 이원석. /한화 이글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이)원석이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타율은 낮아도 그런 스페셜리스트가 몇 명 없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야구’에 있어 외야수 이원석(26)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풀타임 주전은 아니지만 승부처라고 판단해 점수를 짜내야 할 때 김경문 감독은 이원석을 어김없이 대주자로 쓴다. 이원석의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 

이원석의 노력하는 자세도 눈여겨봤다. 태생적으로 마른 체질인 이원석은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 때부터 하루 6끼씩 먹으며 벌크업에 나섰다. 스스로 체력과 피지컬에 문제를 느껴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고, 3개월 동안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68kg였던 체중을 82kg까지 불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그런 지독한 노력이 올 시즌 빛을 보고 있다. 기대했던 주전 자리를 쟁취하진 못했지만 핵심 대주자로 팀 내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다. 개막 후 한 번도 1군 엔트리에 빠지지 않은 이원석은 올 시즌 57경기 타율 2할8리(53타수 11안타) 2홈런 9타점 OPS .628을 기록 중이다. 4월까지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였지만 5월 이후 30경기 타율 3할(30타수 9안타) 2홈런 7타점 OPS .877로 살아났다.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손등 사구 여파로 결장한 지난 10~11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 중견수로 나선 이원석은 2경기 연속 2안타를 쳤다. 특히 11일에는 데뷔 첫 만루 홈런을 폭발하며 한화의 연승을 이끌었다. 2회 1사 만루에서 두산 선발 최원준의 2구째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경기 후 이원석은 “맞는 순간 장타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넘어갈 줄은 몰랐다. 넘어간다는 생각을 안 하고 열심히 뛰었다”며 “야구를 하면서 첫 만루 홈런이라 뜻깊다. 팀의 시즌 첫 만루 홈런이라서 더 좋다”고 말했다. 

한화 이원석. /한화 이글스 제공

전날(10일) 두산전에선 6회 콜어빈의 노히터를 깨는 첫 안타를 치며 승리 발판을 마련했지만 7회 양의지의 높게 뜬 타구가 조명에 가려 놓치는 실수를 범해 2루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위기를 실점 없이 막고 이원석을 살렸다. 김경문 감독도 “와이스가 막고 나서 (이원석) 얼굴 표정이 달라진 것 보셨을 것이다”며 “오랜만에 센터 나가서 실수를 했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고 감싸안았다. 그리고 이날 김 감독은 이원석을 1번 타순에 전진 배치시켰고, 결승 만루 홈런으로 보답을 받았다. 

이원석은 “와이스 선수가 제 라커 옆자리인데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와이스 선수는 ‘경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괜찮다. 더 자신감 있게 하라’고 얘기해줬다. 감독님께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이니 신경쓰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격려와 믿음을 보낸 와이스와 김경문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주자로서 몸을 날리는 플레이를 많이 하다 보니 무릎이나 팔에 찰과상도 자주 입는다. 그는 “아픈 건 참을 수 있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뛴다는 생각으로 한다”며 “아파서 빠지면 다른 누군가가 제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는 만큼 더 간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이원석. /한화 이글스 제공

내부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지만 타격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주며 용기를 북돋아준 김경문 감독에게 꼭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원석은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있으시면서도 선수들을 잘 다독여준다. 예전에는 못할 때 ‘(2군) 내려가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이 계속 믿어주며 좋은 말씀만 해주시니 도루 성공률도 높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원래도 발이 빠른 선수인데 올해는 주루 플레이의 질이 향상됐다. 도루 11개를 해낸 동안 실패는 단 2개로 성공률이 84.6%로 높다. 지난해까지 통산 도루 성공률(79.4%)보다 5% 이상 향상됐다. 단순 도루뿐만 아니라 짧은 폭투나 수비 빈틈이 나올 때 과감하게 한 베이스 더 전진하는 과감성이 돋보인다. 이원석은 “타이트한 상황에 많이 뛰다 보니 이제 웬만한 투수들을 상대로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꾸준히 승부처에서 중용하다 보니 경험치가 늘고, 자신감이 커졌다. 

지난겨울 지독한 벌크업 노력도 이렇게 빛을 보고 있다. 이원석은 “요즘은 끼니를 많이 줄였지만 한 끼 먹을 때 양을 많이 해서 벌크업을 유지 중이다. 68kg에서 시작해 82kg까지 찌웠는데 좀 무거운 느낌이 들어 지금은 2kg 정도 뺐다”고 밝혔다. 예년 같았으면 조금씩 힘에 부칠 시기이지만 올해는 시즌 절반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성적이 상승하고 있다. /waw@osen.co.kr

한화 이원석.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