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2사 9K 노히터' 인생투에 막혔는데, "혜성이 분위기 만들었다" 로버츠도 인정…정말 선발 체질인데, 이래도 외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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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5년 6월 23일, 오후 06:40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OSEN=조형래 기자] “김혜성 덕분에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역시 선발 체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꽉 틀어막혔던 경기, 물꼬를 트면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인정했다. 

김혜성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했다. 시즌 타율을 3할7푼2리, OPS는 .948을 유지했다. 

3경기 만에 선발 출장이었다.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뒤 이후 워싱턴과의 2경기는 모두 선발에서 제외됐다. 21일 경기는 좌완 맥켄지 고어를 맞이해서 선발에서 제외됐고 9회초 대수비로 경기에 나섰다. 22일 경기는 우완 제이크 어빈이 선발 등판했지만 선발에서 제외됐고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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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매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들쑥날쑥한 출장 기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로버츠 감독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김혜성은 이날 역시도 자신이 ‘선발 체질’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날 경기 결과만 보면 다저스의 완승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다저스는 5회까지 끌려갔다. 오타니 쇼헤이가 두 번째 선발 등판 경기를 치렀는데 1이닝 18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갔. 하지만 두 번째 투수 3회초 나다니엘 로우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이때 중견수 김혜성이 담장 앞에서 점프 캐치를 시도했지만 이 타구가 김혜성의 글러브를 맞고 넘어가 홈런으로 인정되는 불운을 겪었다.

무엇보다 타선이 침묵했다. 워싱턴 선발 마이클 소로카에게 완벽하게 틀어막혔다. 5회 2사까지 노히터로 침묵했다. 그런데 이 침묵을 깬 선수가 바로 김혜성이다. 김혜성은 2볼에서 소로카의 94.2마일 포심을 제대로 공략했다. 97마일의 속도로 좌중간으로 향했고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날 다저스의 첫 안타의 주인공이었다. 비록 이어진 2사 2루에서 마이클 콘포토가 삼진을 당해 추가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5회까지 소로카에게 10개의 삼진을 당했다. 2019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13승 4패 평균자책점 2.68의 성적을 남긴 바 있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었고 지난해 0승 10패의 굴욕을 당했던 투수. 이런 투수에게 인생투를 헌납하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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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혜성의 안타가 나온 다음 이닝, 상위타선에서 결국 소로카를 마저 흔들었다. 6회 선두타자 달튼 러싱의 좌선상 인정 2루타와 오타니의 볼넷, 프레디 프리먼의 사구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소로카를 결국 끌어내렸고 맥스 먼시가 두 번재 투수 호세 페러에게 좌중월 만루포를 터뜨리며 4-3으로 역전을 이끌었다. 

7회말 김혜성은 다시 선두타자로 나섰고 쐐기점의 기점 역할을 했다. 2루수 방면으로 땅볼을 쳤는데 김혜성의 전력질주에 당황한 나머지, 워싱턴 2루수 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가 실책을 범했다. 이후 마이클 콘포토의 좌전안타, 달튼 러싱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고 오타니가 우선상 3타점 3루타를 뽑아내 7-3으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다저스 타선은 완전히 깨어났고 먼시의 스리런 홈런, 오타니의 투런포가 더해지며 대승을 완성했다.

대승의 원동력,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우선 거론했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노히터를 깨뜨리는 안타를 쳤고 그 덕분에 ‘오늘 이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칠 수 있겠구나’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이후 볼넷, 사구, 그리고 구원 투수로의 교체 이후 큰 홈런까지. 순식간에 터졌다. 전반 5이닝과 후반 4이닝은 완전히 다른 경기였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성의 안타가 대역전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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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엄띄엄 경기에 나서고 있고 플래툰의 족쇄에 아직도 갇혀 있지만, 김혜성의 퍼포먼스는 주전급에 가깝다. ‘팬그래프’ 기준 야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0.9로 다저스 야수 전체 8위다. 김혜성은 올해 33경기를 뛰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5월에서야 빅리그에 콜업됐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음에도 김혜성은 주전 라인업에 포함될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베이스볼서번트’의 배팅 런 밸류(타격 결과에 따른 득점 기여도)도 +7로 250구 이상을 지켜본 타자들 가운데 팀 내 6위에 해당한다. 

여러 지표들이 김혜성을 주전으로 내보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활약을 해도 다저스와 로버츠는 김혜성을 외면할 것일까. 다저스는 24일 이동일로 휴식을 취한다. 25일부터 리그 최약체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을 떠난다. 25일 선발 투수는 우완 헤르만 마르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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