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억→19억, 수준이 다르다' 중국, 명장 대신 생존형 감독 찾는다

스포츠

OSEN,

2025년 6월 24일, 오전 12:08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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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 감독을 바꿔도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 축구가 다시 한 번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이후 감독 교체를 단행했지만, 새 사령탑 선임조차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근본적인 한계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4일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을 경질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3승 7패(승점 9), C조 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뒤였다. 출전국이 48개로 확대된 상황에서도 중국은 3차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사실상 아시아 최종 예선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감독을 교체한 뒤에도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 없다.

중국 국영방송 CCTV의 축구 프로그램 ‘풋볼의 밤’은 중국축구협회의 감독 연봉 책정 수준을 공개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중국 대표팀 감독의 연봉 상한선은 120만 유로, 한화 약 19억 원 수준. 여기에 코칭스태프 급여까지 포함된 액수다. 사실상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 중인 감독들에게는 협상 테이블조차 내밀 수 없는 금액이다.

방송은 “이 예산으로 서유럽 출신의 젊고 유능한 감독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세계적 명장들과의 협상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는 과거의 과도한 투자와 실패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때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0년대 중후반  마르첼로 리피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에게  2300만 유로(365억 원)를 안겼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 연봉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리피가 이끌던 중국은 별다른 성과 없이 무너졌고, 이후 중국축구협회는 고액 연봉에 대한 극도의 회의론에 빠졌다.

이제는 이름값이 아닌 ‘현실적인 인물’을 찾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시된 연봉 수준으로는 아시아 내 중상위급 감독조차 데려오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 현지 여론도 냉담하다.  시나 스포츠를 비롯한 중국 포털에는 자조적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중국 남자 축구는 이제 그냥 접자. 감독 살 돈으로 유소년 시스템이나 제대로 만들자”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이제 와서 감독만 바꾼다고 달라질 게 있나. 실력 자체가 문제”라며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절박한 젊은 감독’을 발굴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명성을 좇기보다는, 시스템과 철학을 정립할 수 있는 인물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중국축구협회는 내부 자원에서 해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U-20 중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데얀 주르예비치 감독이 A대표팀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청소년 대표팀을 통해 중국 시스템에 익숙하며, 세대교체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는 단순한 감독 교체를 넘어, 중국 축구가 다시 리셋을 시도하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월드컵 실패 이후 구단과 협회 모두 허황된 투자보다 구조 개혁을 택하겠다는 신호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