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서 대표팀 기둥 해야?' 무죄 외치는 황의조의 외침, 국위 선양보단 책임 회피

스포츠

OSEN,

2025년 6월 24일, 오전 12:44

[OSEN=이인환 기자] '전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33, 알란야스포르)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기회를 주장하며 감형을 호소했다. 

21일(한국시간) '뉴스1' 등에 따르면 황의조는 지난 달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에 93페이지 분량의 항소 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국가대표로서 자신의 국위선양을 강조하며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황의조는 여성 2명의 동의 없이 여러 차례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거나 영상통화를 녹화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그는 피해자 A씨와 합의금 명목으로 2억 원을 공탁했고, 처벌 불원 의사를 받아냈다. 다만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합의 의사가 없으며 엄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23년 6월 시작됐다. 자신을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소개한 C씨가 소셜 미디어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 제목의 폭로문을 올리며 황의조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의 모습까지 담긴 영상과 사진을 게시했다. 이는 해당 여성에게도 2차 가해를 입히는 명백한 불법 유포였기에 논란을 빚었다.

황의조 측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지만,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측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불법촬영 혐의 수사를 이어갔다. 여기에 C씨가 황의조의 친형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황의조 측은 형수의 결백을 믿는다고 밝혔으나 C씨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전 연인과 진실공방을 펼치던 황의조도 돌연 입장을 바꿨다. 그는 조사 끝에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은 "(황의조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나 재판에 이르기 전까지 부인해왔기 때문에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하는 건지도 의문"이라며 그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그 결과 재판부는 검찰보다는 낮은 형량인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재 튀르키예 알란야스포르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는 한때 꾸준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였다. 그는 성남FC와 지롱댕 보르도(프랑스) 등에서 활약했고, 2022년 여름엔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임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노리치 시티와 튀르키예 알란야스포르 임대를 거쳐 지난해 여름 알란야스포르로 완전 이적했다.

황의조는 대표팀에서도 많은 족적을 남겼다. 그는 2015년 라오스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중용받으며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A매치 통산 기록은 62경기 19골. 특히 황의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나서서 7경기 9골 1도움을 터트리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1심서 집행 유예를 받았던 황의조는 2심에서 항소 이유서에서 스스로 '대한민국 간판 스트라이커이자 선배'라고 칭하며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대표팀의 중심이자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1심 형이 확정되면 자신의 국가대표 커리어가 이대로 끝나게 된다고 호소했다.

황의조 측 변호사도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열린 2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 황의조는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도 했다. 다행히 (유출된) 사진으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피해도 다소 적은 편"이라고 변호했고, 황의조가 그간 국가대표로 헌신해온 점을 고려했을 때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정의 판단 기준은 골 결정력도, A매치 기록도 아닌 법률에 기반하는 것. 그럼에도 황의조는 '국가대표였다'는 사실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측과 검찰은 반대 입장이다. 

검찰은 황의조가 재판 초반엔 무죄를 주장하다 갑작스레 혐의를 인정한 점을 짚으며 “진심 어린 반성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피해자 측도 “황의조는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도 못 받고 있다”며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생활 논란이 아니다. 영상 유포로 2차 피해가 발생했고, 가해자는 공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 주장한 인물이 그의 가족이었고, 영상은 SNS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그 파장은 피해 여성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황의조는 여전히 월드컵 출전을 꿈꾼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실형이 확정되면 5년, 집행유예도 2년간 대표팀 자격이 정지된다. 축구 인생 자체가 기로에 선 셈이다. 이 사건이 단순한 구단 문제를 넘어 ‘대표 선수 자격’에 대한 기준을 다시 묻고 있다.

다음 공판은 내달 24일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 자리에서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만약 황의조의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그는 다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될 시 5년간, 집행유예를 받으면 기간 만료일부터 2년간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된다.

이제 황의조는 피치가 아닌 법정에서 모든 걸 증명해야 한다. 태극마크를 다시 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상처받은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축구 선수로 헌신만 떠들기에는 공인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