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윤준호에게 ‘제2의 양의지’, ‘양의지 후계자’라는 타이틀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 양의지가 어느 팀에나 있는 주전 포수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이기에 윤준호는 그 무게감을 이겨내기 위해 오늘도 문경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지난 주말 KBO 퓨처스 올스타전 참석 차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를 방문한 윤준호는 “군에서 잘 지내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 덕분에 몸도 조금 커졌다. 체중은 1kg 정도밖에 안 늘었지만, 체지방이 많이 줄고 근육량이 늘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 이제 전역까지 5개월 남았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경남고-동의대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5라운드 49순위로 뽑힌 윤준호는 지명 이전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했다. 이승엽 전 감독이 이끌었던 최강 몬스터즈에서 류현인(KT 위즈)과 함께 각각 포수와 내야수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당시 박용택, 정근우, 유희관, 정성훈, 심수창 등 야구계 대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성장세를 보이며 국민적인 관심 속에 프로의 꿈을 이뤘다.
윤준호는 첫해 호주 시드니에서 펼쳐진 두산 1차 스프링캠프에 유일한 신인선수로 참가했다. 당시 배터리코치였던 세리자와 유지 코치는 “윤준호의 강점은 강한 어깨다. 우리 팀 포수들 가운데 가장 강한 어깨를 보유하지 않았나 싶다”라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프로의 벽은 높았고, 첫해 2군에서만 보낸 뒤 2024년 1군 3경기 타율 2할5푼 1타점을 남기고 군으로 향했다.
상무 소속이 된 윤준호는 지금까지 우리가 본 윤준호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34경기 타율 3할2푼7리 1홈런 11타점으로 방망이를 예열하더니 올해 56경기 타율 3할6푼9리 8홈런 57타점 44득점 장타율 .606 출루율 .460 OPS 1.066으로 2군 무대를 폭격 중이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윤준호는 “야구를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입대했다. 입대 후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의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기량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정식 배터리코치님께 좋은 걸 너무 많이 배우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감독님께서 강조하시는 게 운동하면서도 잘 먹고 잘 쉬는 것이다. 아무래도 상무는 그럴 수밖에 없어서 제 시간에 자고 제 시간에 먹으면서 몸이 좋아졌다.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윤준호는 군에서도 틈 날 때마다 두산 야구를 챙겨보고 있다. 그리고 늘 ‘저 자리에 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전역 후 커리어를 준비 중이다.
윤준호는 “두산 야구를 매일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저녁에 TV에 나오면 보고, 결과는 늘 확인한다”라며 “양의지 선배님 백업 자리에 빈자리가 나면 ‘내가 저기 있었으면 어땠을까’, ‘나도 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사실 입대 전에는 기회를 떠나 내가 부족했다. 전역하고 야구를 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군인 윤준호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또 다른 단어는 ‘양의지 후계자’다. 상무 소속으로 활약할 때마다 기사 제목에 ‘양의지 후계자’라는 타이틀이 붙는 걸 보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게감을 느낀다. 윤준호는 “주변에서 좋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내 이름 앞에 (양)의지 선배님 이름이 붙는 건 결코 가볍지 않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름이자 수식어다. 그 무게를 이겨내 보도록 하겠다”라고 비장한 포부를 밝혔다.
오는 12월 9일 전역하는 윤준호는 당장 내년 2월 스프링캠프부터 제2의 양의지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해야 한다. 윤준호는 “상무를 제대하면 흔히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고 한다. 그 말이 맞을 거 같다”라며 “내가 군에서 잘 준비해서 두산에 복귀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 내년 시즌 기회가 올 수 있다. 전역 후 여기서 했던 루틴대로 잘 준비해서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잘 치러보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