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공 던지는 게 너무너무 싫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뭔가 조금 알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 출신 좌완 이승현이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고 확실한 반등을 이뤄내고 있다.
이승현은 5월까지 10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5.73으로 부진했으나, 6월 이후 6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 4일 대구 LG전에서는 데뷔 첫 노히트노런까지 2아웃을 남겨두고 아쉽게 무산됐지만, 8⅓이닝 1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의 인생투를 펼쳤다.
이승현은 “안 좋을 때 최일언 수석 코치님, 박석진 투수 코치님, 박희수 불펜 코치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며 “투구 동작을 짧고 간결하게 하면서 팔 스윙이 자연스러워졌고, 릴리스 포인트도 일정해졌다”고 변화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전까지 6이닝 이상 던진 경험이 거의 없던 그는 “한계를 넘은 것 같다. 앞으로 긴 이닝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3회까지는 너무 덥고 습해서 힘들었는데, 7회 이후엔 오히려 더 편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승현은 상원고 선배 백정현의 조언에 따라 캐치볼 후 불펜에서 코스별로 던지는 루틴을 추가했다. 그는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감각은 평지에서와 다르다. 덕분에 투구 감각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의 뛰어난 이닝 소화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등판할 때마다 2~3점만 내주며 7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게 선발 투수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좌완 파이어볼러로 입단 당시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승현은 구속 향상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가라비토가 대충 던지듯 편하게 던지는데도 150km 넘게 나오더라. 놀라웠다. 캐치볼 후 10개 정도 전력으로 던지는 훈련을 한다는 말을 듣고, 세게 던지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어 “한때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제 폼도 무너지고, 공에 힘도 실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다고 스트라이크가 더 잘 들어가는 것도 아니더라”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
이승현에게는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도 든든한 멘토다. 그는 “후라도가 이것저것 알려주며 많은 도움을 준다”며,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광주 원정 때 선발로 나섰는데, 1회 투구 후 통역이 다가와서 ‘후라도에게서 연락왔는데 ‘쟤 아픈 애처럼 던진다. 공 좀 세게 던지라고 했다’고 전해줬다. 그 말을 듣고 정신 차리고 던졌다”.
후라도의 투수 철학도 높이 평가했다. “후라도는 머리가 정말 좋다. 타자와의 수 싸움이 인상적이다. 상황에 맞춰 던지는 걸 보면 놀랍다.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작년에는 부상 탓에 시즌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올해는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완주하고 싶다.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