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김인오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회장 김원섭, 이하 KPGA)에서 벌어진 직장 내 가혹행위와 피해 직원 보복성 징계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이 국회에서 열렸다.
KPGA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진보당 손솔 의원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근 KPGA 가혹행위 사건의 가해자 고위임원 A씨를 신고했던 직원들 대부분 징계 대상이 돼해고·견책 등 처분을 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 직원들이 직접 참석해 자신들이 겪은 가혹행위와 2차 가해의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KPGA노조에 따르면 고위임원 A씨는 지난해 직원들에게 ▶욕설과 막말, ▶신변 위협의 폭언, ▶가족거론 인신공격, ▶각서강요 및 연차강제, ▶부당한 퇴사압박, ▶과도한 경위서, 시말서 징구, ▶노조탈퇴 종용 등의 가혹행위를 했다.
이 사실은 지난해 12월 JTBC '사건반장' 을 통해 보도되며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졌다. 경찰은 가해자의 일부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고 노동부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징계를 권고한 상태다.
그러나 KPGA는 아직까지 고위임원 A씨에 대한 공식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반면 피해 신고자들 6명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 견책, 경고 등 처분을 단행했다. 징계 사유는 대부분 고위임원 A씨가 강요로 작성하게 한 시말서의 내용이었다.

KPGA노조는 "시말서 내용은 주 80시간 이상의 살인적 노동 환경에서 나온 업무 실수였을 뿐이었으며, 대부분 심각한 욕설과 폭언, 정신적 위압 하에서 작성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실제 징계 문건에 따르면, 해고 처분을 받은 직원 B씨는 '직원 생일 쿠폰 지급 지연', '협회장 해외 출장비용 지급 지연', '법인세 가산세 발생', '임대료 미납 대응 미흡'을 사유로 징계됐다.
KPGA 노조는 "고위임원 A가 내부 기안을 반려하거나 예산 전용 결정을 지연시키는 등 회사가 적절한 업무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관련된 문제들은 A씨의 반복적인 욕설과 함께 문서 작성을 강요 받거나, 퇴사 압력에 불응하자 다시 시말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괴롭힘이 동반됐다"고 설명했다.
징계 해고를 받은 다른 직원 C씨는 '샘플 모자 제작 지연', '대회 시상 항목 누락', '방송사 스폰서 협찬고지 누락'을 이유로 댔지만, 대부분 협회장의 승인을 받았거나 내부 보고를 거친 이후 업무를 진행한 사안이었다. 특히 협찬고지 누락의 경우, 고위임원 A씨와 친분 있는 해당 스폰서 대표자가 가해자와 피해직원들 간 합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넣은 사례가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촉발된 것이었다.
견책을 받은 D씨는 해외 2부투어 추천선수의 대회 불참, 대회 현장 즉시 출근 지시 불이행, 출발시간표 선수교체 보고 누락 등을 사유로 징계됐다. 그러나 이는 해당 선수 에이전트가 불참 사실을 KPGA에 미통보한 사례였고, 현장 이동은 출근 중 대중교통 이용 중이었음으로 즉시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출발시간표 문제 또한 규정에 맞게 차 순위자를 교체한 것이었으나 오히려 고위임원 A씨는 징계 사유로 거론된 모든 사안에서 욕설 및 협박성 폭언과 함께 시말서를 강요했다.
견책 대상자 중 한 명인 E씨는 '골프모자 샘플제작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댔으나 해당 업무의 지체 사유 등을 기재해 관련 사항을 협회장 전결의 내부 승인까지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KPGA노조는 "오히려 고위임원 A씨는 당시 병원에 있던 E씨를 무리하게 출근시켜 시말서를 강요했다. 또한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고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내규도 어기면서 징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KPGA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KPGA 대상 특별감사 시행,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 실시라는 두 가지 핵심 요구안을 발표했다.
KPGA노조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부 분쟁이 아닌, 공적기관의 인권 감수성 부재와 구조화된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피해자 탄압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라고 규정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이 사안에 적극 개입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KPGA 가혹행위 사건은 스포츠계 전반의 공공성 · 윤리성 문제를 상징하는 경고등과 같다"며 "외부 감사를 통해 왜곡된 인사권 운영 실태와 징계 남용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KPGA노조는 "이번 사건의 진실이 덮이지 않도록 국민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 드린다"며 "부당한 징계를 바로잡고, 공정하고 안전한 스포츠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원섭 KPGA 회장은 8일 열린 직원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하루 전인 7일에 해외로 출국했다. KPGA는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과 디오픈 참관을 이유로 들었다.
KPGA규정에 따르면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회장 또는 회장이 임명한 자가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회장 부재시에도 개최가 가능하다. KPGA 관계자는 "징계위원회 결과는 해외에서 회장이 최종 승인했다"고 전했다.
사진=KPGA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