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에 밀려) 방출→재취업→손등 골절→2개월 부상자 명단…지독하게 안 풀리는 CT3

스포츠

OSEN,

2025년 7월 16일, 오전 07:20

[사진] LA 에인절스 크리스 테일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백종인 객원기자] 전 직장에서 잘렸다. 어렵게 새 일자리를 찾았다. 거기서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한 달을 못 넘긴다. 또다시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부상 탓이다.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독하게도 안 풀리는 2025년이다. 슈퍼 유틸리티 크리스 테일러(34)의 얘기다.

다저스 시절이 황금기였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개나 얻었다. 4년(2021~2025년) 짜리 계약도 따냈다. 총액 규모가 6000만 달러(약 832억 원)나 됐다.

하지만 이후가 계속 꼬인다. 역시 계약 마지막 해가 고비다. 부상과 부진이 겹친다. 자연히 출장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변수가 생긴다. 만만치 않은 신입 김혜성(26)의 등장이다. 매서운 타격, 빠른 달리기 실력, 내ㆍ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센스. 하필이면 겹치는 부분이 많다.

결국 팀의 선택은 ‘뉴 페이스’였다. 10년 고인물은 퇴출(DFA) 대상이 됐다. 그 나이에 새 직장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재취업에 성공했다. 옆집 LA 에인절스가 문을 열어줬다.

그러던 지난 6월 10일(한국시간)이다. 8회 타석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타일러 퍼거슨(오클랜드)의 95마일짜리 빠른 볼이 왼쪽 손등을 때린 것이다.

통증을 참고 1루에 출루했다. 그리고 중견수로 9회 수비까지 마쳤다. 그런데 상태가 영 심상치 않았다. 이튿날 병원으로 가야 했다. 골절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적한 지 보름 만이다. 딱 10경기째 생긴 일이다.

LA 에인절스 SNS

처음에는 10일짜리 부상자명단(IL)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상태가 아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게 지났다. 복귀 일정은 여전히 아리송한 상태다.

현지 매체들은 2개월 이상을 예상한다. 빨라야 8월 초에나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근거가 있다. 이전 사례다. 작년 무키 베츠(다저스)의 경우다. 그 역시 왼쪽 손등 뼈를 다쳤다. 이후 8주간의 공백이 불가피했다.

에인절스 감독은 여전히 긍정적인 생각이다. 론 워싱턴은 이런 멘트를 남겼다.

“그는 누구보다 강한 선수다. 또 이 게임을 가장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곧 다시 돌아와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

안타까운 점은 또 있다. 지독한 타격 침체에서 막 벗어나려는 타이밍이었다. 하필이면 그 시점에서 당한 부상이라는 사실이다.

에인절스는 영입 후 충분한 기회를 줬다. 스타팅 멤버로 출전해 2루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로 동분서주했다.

첫 5게임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14타수 1안타(0.071)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후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치기 2~3일 전에는 연속 멀티 히트 게임(3타수 2안타)을 기록했다. 그중 하나는 시즌 1호 홈런이었다.

타격의 상승세로 타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적 초반에는 8번 타자를 맡았다. 그러다가 6번, 5번으로 계속 승진하던 상황이었다.

LA 다저스 시절 크리스 테일러. / OSEN DB

그는 흙수저 출신이다. 드래프트 5번(2012년 전체 161번)으로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시애틀에서도 4년간 대부분을 마이너에서 뛰었다. 수비 위치 역시 제자리가 없었다. 돌려막기식 기용을 감당해야 했다.

결국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다저스의 골칫거리 1라운더 잭 리의 교환 상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거래가 프기꾼(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의 커다란 성공작이 됐다. 아울러 메이저리그의 기용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사건이었다. ‘유틸리티’ 앞에 ‘슈퍼’라는 수식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다저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선수가 됐다. 이니셜에서 딴 ‘CT3’라는 애칭도 얻었다. NBA 스타 크리스 폴의 ‘CP3’에서 착안한 명명이다. 둘 다 백넘버가 3번이다. (LAA로 이적 후에는 33번이 됐다.)

그의 평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끈질긴 생명력이다. 이번에도 팬들이 그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있다. 그래야 (본의 아니게) 그를 밀어낸 신입도 마음이 조금 더 편할 것 같다.

LA 다저스 SNS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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