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박승민 인턴기자) 후반기 한계에 다다를 불펜에 구원자가 등장할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전반기 가장 많은 수의 구원투수를 등판시켰던 팀이다. 89경기를 치르는 동안 372번의 구원 등판이 있었고, 이 부문 리그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최다 2위 키움 히어로즈는 346번, 3위 한화 이글스는 345번의 구원 등판을 실시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이다.
많은 수의 등판에 비해 구원 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은 325이닝으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다. 많은 횟수의 구원 등판이 있었지만 그에 비해 구원 소화 이닝은 압도적이지 않다. 그 결과 경기당 구원 투수의 소화 이닝은 0.87로 리그에서 가장 짧다. 이른바 '물량 공세'를 하고 있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롯데의 팀 구원 ERA는 4.87로 리그 8위에 위치하고 있다. 불펜이 강점인 팀은 아니다. 최대한 많은 자원을 욱여넣고 좋은 자원을 반복해 활용하면서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이는 롯데의 연투 횟수가 다른 팀들에 비해 유달리 높다는 점에서 알아볼 수 있다. 롯데는 이번 시즌 116번의 구원 투수 2연투를 감행했다. 2위 SSG 랜더스가 78회, 3위 두산 베어스가 77회임을 감안하면 압도적이다. 3연투 횟수 역시 21회를 기록하며 이 부문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의 구원 투수 3연투를 감행했던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3연투 최다 2위인 NC 다이노스의 3연투 횟수는 8회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점은 불펜의 멀티이닝 소화 역시 롯데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는 이번 시즌 80회의 불펜 투수 멀티이닝 소화를 감행했으며, 이 부문 역시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2위 NC는 76회, 3위 삼성은 66회를 기록했다.
필승조는 자주 나오면서, 오래 던진다. 하지만 경기를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 경우에는 물량 공세를 펼친다.
롯데 구원 투수들의 개인 기록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즌 리그 구원 투수 중 가장 많은 2연투를 기록한 선수는 롯데 정현수(23회)이다. 20회 이상의 2연투를 기록한 투수는 정현수 뿐이다. 정현수는 6번의 3연투를 기록하며 이 부분에서도 리그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2연투 부문에서 김상수(16회), 정철원(15회), 김원중(13회), 송재영(13회)까지 10회 이상 2연투를 기록하며 2연투 13회 이상을 기록한 13명의 선수 중 5명이 롯데 소속이다. 더불어 5월 중순부터 합류한 최준용 역시 9번의 2연투를 기록했다.
3연투 부문 역시 앞서 언급한 정현수(6회)를 포함해 송재영(3회), 김강현(3회), 김상수(2회), 정철원(2회) 등의 선수들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한 선수에 3회 이상의 3연투 등판을 지시했던 팀은 롯데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효과를 보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즌 롯데의 승계 주자 실점률은 34%로 리그 5위 수준이다. 한정된 자원들을 짜내어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하지만 연투와 멀티이닝 소화가 반복될수록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전반기 최준용의 합류와 함께 정현수와 정철원의 부담이 덜어졌던 것처럼, 여전히 타이트한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 상황을 구원해줄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구승민이다. 구승민은 이번 시즌 9경기에 등판에 6이닝만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0.50으로 부진했다. 군 복무 이후 롯데 필승조에 합류해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던 구승민이지만, 이번 시즌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승민이 제 폼을 찾는다면 롯데 불펜의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좌완 홍민기와 심재민이 가세할 전망이다. 홍민기는 이번 시즌 10경기(2선발경기)에 등판해 20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구원 투수로 나선 8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하며 눈부신 호투를 펼치는 중이다. 최고 구속 156km에 달하는 강속구를 중심으로 후반기 롯데 불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휴식했던 심재민은 지난 9일 사직 두산전에 복귀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어진 10일 경기에서는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피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긴 했지만, 선발 경험이 있는 심재민이 좌완 원포인트와 롱릴리프 등 다양한 보직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반기 159km 강속구와 함께 희망을 보여줬던 윤성빈, 1군에서는 부진했지만 2군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시영 등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롯데는 전반기를 3위로 마감하며 8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꿈꾸고 있다. 불펜의 과부하가 예견되는 현 상황에서 후반기 합류할 선수들이 전력을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롯데는 오는 17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의 후반기 첫 맞대결을 갖는다.
사진=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