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손흥민(33, 토트넘)을 둘러싼 여름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한쪽에선 '존중받는 주장'이라는 낙관론이, 다른 한편에선 '정리 수순'이라는 냉혹한 분석이 공존하고 있다.
영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 홋스퍼는 현재 이적 시장에서 가장 분주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새 사령탑 토마스 프랭크 감독의 지휘 아래 마티스 텔과 모하메드 쿠두스를 영입했고, 모건 깁스-화이트의 바이아웃 발동 시도까지 더해지며 공격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일본 유망주 고타 타카이까지 품으며 수비 보강도 병행했다.
급격한 전력 개편 속에서 손흥민의 입지는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있으며, 주장으로서의 역할 역시 지속되길 원한다고 전해진다. 영국 'TBR 풋볼'의 17일(이하 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프랭크 감독은 다니엘 레비 회장에게 손흥민 잔류를 요청했고, 레비 회장도 선수의 의사를 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손흥민은 가족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팀 훈련에 합류했지만, 밝은 표정으로 복귀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주장으로서, 10골 11도움의 기록을 남기며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하기도 했다.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팬 커뮤니티 기반 매체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17일 보도에서 "손흥민이 이적 성사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모하메드 쿠두스와 마티스 텔, 모건 깁스-화이트까지 더해지면 손흥민의 주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스쿼드엔 측면 공격 자원만 8명에 이르며, 33세 손흥민이 주전 자리를 보장받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디 애슬레틱'의 팟캐스트 'View from the Lane'에 출연한 댄 킬패트릭 기자는 "현 시점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나 다른 시니어 자원들보다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밝혔다. 그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탈을 전제로 전력을 재편하고 있다고도 내다봤다.
프리미어리그팬 기반 매체 'EPL 인덱스' 역시 16일 쿠두스의 영입을 두고 "팬들이 바라던 선언적 행보의 정점"이라며, 토트넘이 단순한 상위권 유지가 아닌 '진짜 도전'을 준비 중임을 강조했다.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셉스키, 쿠두스, 깁스-화이트 등 창의적 자원이 즐비한 2선 구상에 손흥민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체계 속에서 손흥민이 제한적 역할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레비 회장이 손흥민의 이적료로 5,500만 파운드(약 1,024억 원)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는 상업적 영향력을 고려한 책정이라는 분석이 따르지만, 현실적인 협상 진행엔 다소 장벽이 될 수 있다. 손흥민과 연결됐던 LA FC와의 협상 역시 현재로선 정체된 상태다.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레전드는 남아야 한다'는 정서와 '이제는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쿠두스를 비롯한 새 영입생들이 중심이 되는 구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손흥민의 거취는 단순한 전력 문제를 넘어 토트넘의 철학과 정체성까지 건드리는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다.
손흥민은 2015년 입단 이후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기록하며 클럽 역사에 남을 발자취를 남겼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포함해 각종 기록을 세운 그는 토트넘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다가오는 2025-2026시즌은 그의 계약 마지막 해이며,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프랭크 감독은 공격 자원의 활용과 스쿼드 재편에 있어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로메로 재계약 추진 및 왼쪽 풀백 보강 등 포지션별 계획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이러한 방향성 속에서 중심이 될 수도 있고, 정리 대상도 될 수도 있다.
남는다면 찬란한 고별 시즌, 떠난다면 아름다운 작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손흥민과 토트넘의 마지막 챕터는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