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이 하늘의 기운이 가을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거포 내야수 노시환은 지난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0차전에 4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 활약으로 팀의 6-5 행운의 강우콜드 승리를 이끌었다.
1회초 2사 1루에서 볼넷으로 출루해 채은성의 2타점 선제 2루타 때 홈을 밟은 노시환은 3회초 무사 1, 2루에서 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를 치며 고개를 숙였다.
세 번째 타석은 달랐다. 5-5로 팽팽히 맞선 5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바뀐 투수 우규민을 상대로 균형을 깨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2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4구째 가운데로 몰린 커터(130km)를 제대로 받아쳐 비거리 133m 좌중월 결승홈런으로 연결했다.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5경기 만에 나온 시즌 18번째 홈런이었다.
5회말이 종료되고 폭우가 쏟아지며 오후 8시 10부터 31분까지 21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며 경기가 재개됐지만, 6회초 선두타자 리베라토가 유격수 직선타, 문현빈이 좌전안타를 기록한 뒤 노시환이 원상현과 승부하던 도중 다시 강한 비가 내려 경기가 2차 중단됐다.
방수포를 덮을 새도 없이 집중 호우가 쏟아지며 내야 그라운드가 물바다로 바뀌었고, 결국 한화의 강우콜드 승리가 선언됐다.
경기 후 만난 노시환은 “운이 너무 좋았다. 내가 친 홈런이 결승홈런이 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하늘이 도와줘서 이렇게 1승을 챙길 수 있었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승리가 더욱 기쁘게 다가온 이유는 비가 오락가락 이어졌기 때문이다. 노시환은 “선수들끼리 안에서 예보를 봤는데 큰 구름이 하나 오고 있는 걸 봤다. (이)원석이 형이 계속 큰 거 오니까 절대 경기를 못한다고 했다. 내 홈런이 결승타라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방수포를 걷었다”라고 웃으며 “그럼에도 원석이 형이 15분 뒤에 큰 구름이 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 폭우가 내렸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제도 오늘도 찬스에서 병살타를 쳐서 마음이 무거웠다. 어제 오늘 병살타 이후 득점이 안 나왔으면 마음이 무겁고 타석에서도 위축됐을 텐데 다행히 팀원들이 점수를 내줘서 빨리 잊을 수 있었다”라며 “(우규민 상대로) 직구보다 변화구에 포커스를 뒀다. 직구 승부를 안 할 거 같아서 계속 변화구를 노렸는데 마침 변화구가 왔다”라고 설명했다.
선두 한화는 이날 승리로 파죽의 8연승을 질주하며 같은 시간 잠실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패한 2위 LG 트윈스와 승차를 5.5경기로 벌렸다. 노시환의 홈런 뒤에 폭우가 쏟아지는 엄청난 행운이 따르면서 선두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노시환은 “그 어떤 승리보다 값진 거 같다. 팀 입장에서 투수도 아꼈다”라며 “올해 뭔가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설레발은 아니지만, 계속 운이 따르고 상대 실수가 나온다. 지금 한화의 기세가 좋은 거 같고, 하늘의 기운이 가을야구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폭우 덕분에 승리한 노시환은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씨도 뽐냈다. 그는 “지방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마음이 안 좋다. 우리 한화 이글스의 승리가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경기에 이겨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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