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살' 파퀴아오, 4년 공백 딛고 챔피언과 무승부..."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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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7월 20일, 오후 07:11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4년의 공백을 깨고 46살 나이에 링으로 돌아온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46·필리핀)는 여전히 건재했다.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린 챔피언을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벌여 무승부를 일궈냈다.

매니 파퀴아오(오른쪽)가 매니 바리오스에게 오른손 펀치를 날리고 있다. 사진=AP PHOTO
매니 파퀴아오(오른쪽)가 마리오 바리오스와 강한 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AP PHOTO
파퀴아오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그랜드가든아레나에서 열린 WBC 웰터급(66.68kg)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마리오 바리오스(30·미국)와 12라운드 접전을 벌인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부심 3명 중 1명은 115-113으로 바리오스의 손을 들었지만 나머지 2명이 114-114 동점으로 채점해 무승부가 선언됐다. 파퀴아오의 챔피언 등극도 이뤄지지 않았다.

통산 8체급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파퀴아오는 이날 무승부로 통산 전적 63승 3무 8패(39KO)를 기록했다. 반면 바리오스는 통산 29승 2무 2패(18KO)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승부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파퀴아오는 비록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했다. 바리오스와 재대결을 비롯해 향후 복싱선수로 계속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전부터 ‘매니! 매니!’를 외치는 팬들의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파퀴아오는 1라운드부터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빠른 풋워크로 바리오스를 압박했다. 전매특허인 왼손 스트레이트도 불을 뿜었다.

3라운드부터 체력이 떨어지면서 바리오스에게 잽을 잇따라 허용했다. 하지만 느려진 스피드를 노련함으로 만회했다. 변칙적인 기습공격으로 바리오스의 허를 찔렀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반에도 반 박자 빠른 연타 공격으로 바리오스를 압박했다. 바리오스의 위력적인 잽과 어퍼컷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12라운드까지 흔들리지 않고 버텼다.

판정 결과가 발표되자 파퀴아오는 웃지 못했다. 현지 중계방송사의 모의 채점은 파퀴아오가 2점 정도 앞섰지만 실제 부심 채점 결과는 달랐다. 그래도 파퀴아오는 치열한 승부를 펼친 바리오스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무승부가 선언되자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필리핀 복싱의 영웅이자 아시아 역대 최고의 복서로 불리는 파퀴아오는 2021년 은퇴를 선언하고 정치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2022년에는 필리핀 대선에 출마했지만 아쉽게 쓴맛을 봤다.

대선 이후 필리핀 내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기도 했던 파퀴아오는 올해 5월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낙선했다. 선거를 마치자마자 링 복귀를 선언한 그는 불과 두 달 여 만에 타이틀전을 치렀다. 파퀴아오가 정치활동으로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모두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수로 복귀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상대가 정말 강했다. 치열한 접전이었다”고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또 “당연히 재대결을 하고 싶다. 필리핀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다”며 “원칙을 지키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 나이에도 계속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대인 바리오스는 “파퀴아오는 46세라고 믿기 어려운 체력을 가졌다”면서 “여전히 강하다. 이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사고를 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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