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루키팀 FCL 말린스 소속 우완 투수 심준석(21)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교 최고 투수로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섰지만 9이닝당 사사구 20.4개로 제구가 무너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준석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FCL 카디널스(세인루이스 산하)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구원 등판, 1이닝 4볼넷 1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졌다. 안타 없이 사사구 5개로 3실점한 심준석은 팀의 5-9 패배와 함께 시즌 3패째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9.53에서 10.95로 치솟았다.
2-2 동점으로 맞선 5회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심준석은 첫 타자 앤드루 아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2루 도루를 내주더니 파울로 아스프리야에게도 볼넷을 줬다. 포수 제사다 브라운의 패스트볼이 나와 무사 1,3루가 됐고, 이어 다니엘 로하스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며 첫 실점을 했다.
로하스도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낸 심준석은 얀셀 게레로에게 몸에 맞는 볼까지 던졌다. 순식간에 무사 만루. 야시엘 라모스를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6-4-3 병살타가 됐지만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인하면서 추가 실점했다.
투아웃을 잡았지만 심준석의 제구는 잡히지 않았다. 계속된 2사 3루 크리스 로페즈 타석에서 또 폭투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로페즈에게도 볼넷을 허용한 심준석은 파콘도 벨라스케즈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안타는 하나도 맞지 않았는데 볼넷 4개, 몸에 맞는 볼 1개, 폭투 2개로 3점을 주며 자멸했다.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게 낫지, 이런 투구 내용으로는 앞으로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심준석의 이런 투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17일 FCL 애스트로스전 ⅔이닝 1피안타 3볼넷 4실점, 지난달 19일 FCL 메츠전 0이닝 2볼넷 3사구 2실점, 5일 FCL 애스트로스전 ⅔이닝 2피안타 2볼넷 2사구 4실점으로 제구 난조를 거듭했다.
시즌 전체 성적도 12경기 3패 평균자책점 10.95. 12⅓이닝 동안 삼진 15개를 잡으며 안타는 6개밖에 맞지 않았는데 볼넷 21개, 몸에 맞는 볼 7개로 사사구만 무려 28개나 된다. 9이닝당 사사구 20.4개. 피안타율은 1할대(.150)로 좋지만 WHIP 2점대(2.19)로 기록의 괴리감이 크다.
심준석은 덕수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받았다. 1학년 때부터 최고 시속 153km를 뿌리며 괴물 등장을 알렸다. 2~3학년 때 팔꿈치, 허리, 발가락 등 부상이 있었지만 최고 구속을 시속 157km까지 끌어올리며 미국으로 향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2023년 1월 계약금 75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피츠버그에선 실전 등판이 거의 없었다. 2023년 첫 해 루키팀에서 4경기(4선발·8이닝) 평균자책점 3.38 탈삼진 13개를 기록한 게 전부. 오른쪽 가슴 통증에 이어 어깨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피츠버그가 일찌감치 포기했다. 지난해 7월말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고, 시즌 종료 후 가을리그에서 실전에 복귀했지만 6경기(5이닝) 평균자책점 19.80으로 부진했다. 올해 풀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극심한 제구난 속에 루키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미국 진출 3년차가 됐지만 심준석의 성장세는 너무 더디다. 반면 그 사이 ‘라이벌’ 김서현은 한국 정상급 마무리로 떠올랐다. 심준석이 미국으로 떠나며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뽑힌 김서현은 지난해 중반까지 제구 난조로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필승조로 자리잡은 뒤 올해는 마무리로 우뚝 섰다. 올 시즌 최고 시속 161km 강속구를 뿌리며 43경기(41⅔이닝) 1승1패2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51 탈삼진 51개로 활약 중이다. 김서현도 서울고 시절 메이저리그 러브콜이 있었지만 초지일관 KBO리그를 목표로 준비했고, 3년차에 리그 최고 마무리로 성장했다. 올스타전 팬 투표 최다 득표로 최고의 인기까지 구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고전을 거듭 중인 심준석과 여러모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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