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토트넘 프리시즌 개막전에서의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은 그라운드가 아니라, 사진 설명 속에 숨어 있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레딩의 셀렉트 카 리징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레딩을 2-0으로 꺾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의 첫 공식 일정이자, 새로운 팀의 윤곽이 그려지는 의미 있는 무대였다.
날 토트넘은 전반과 후반 전혀 다른 11명의 라인업을 구성하며 선수단을 폭넓게 점검했다. 전반에는 안토닌 킨스키-데스티니 우도기-크리스티안 로메로-미키 반 더 벤-페드로 포로-파페 사르-로드리고 벤탄쿠르-알피 디바인-브레넌 존슨-마이키 무어-도미닉 솔란케가 나섰고, 후반엔 손흥민-모하메드 쿠두스-루카 부슈코비치-랭크셔-제이미 돈리-루카스 베리발-이브 비수마-벤 데이비스-제드 스펜스 등 신구조화가 이뤄졌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후반에 투입됐지만 무거운 몸놀림과 슈팅 미스를 남겼고, 쿠두스와 부슈코비치의 맹활약 속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옅었다.
아쉽게도 양민혁의 이름은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철저히 지워졌다. 22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양민혁에겐 기회가 없었다. 양민혁은 애슐리 필립스, 브랜든 오스틴, 조지 애보트와 함께 벤치를 지켰다.
더 서운한 점은, 양민혁은 그의 이름조차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 현장을 취재한 '게티 이미지(Getty Images)' 소속 사진기자는 양민혁의 경기 사진을 촬영하고도, 사진 설명에 전혀 다른 선수인 '다카이 고타(Kota Takai)'의 이름을 붙였다.
양민혁은 프리시즌 명단에 포함된, 엄연한 토트넘 소속 선수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사진통신사조차 그의 존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게다가 이날 다카이는 경미한 부상으로 출전 명단 자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서양인의 눈으로 볼 때 한국인과 일본인의 모습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생각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일이다.
지난 시즌 중도 입단 후 단 한 번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양민혁은 임대를 떠나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활약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복귀했지만 여전히 구단 내부에서 '전력 외'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남는다.
이날 사진기자의 오기(誤記)는 단순한 착오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양민혁'이라는 이름이 구단 내부, 팬들, 심지어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 시스템 안에서도 존재감 없는 실루엣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토트넘은 현재 프랭크 감독의 주도 아래 대대적인 스쿼드 재편에 돌입했고, 손흥민 역시 이적설과 함께 벤치 출발이라는 상징적 조치를 받았다. 이 흐름 속에서 양민혁이 다시 출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냉정하게 크지 않다.
물론 이번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토트넘은 프리시즌 총 5경기 중 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남은 프리시즌과 한국 투어 일정 전후로, 그의 행보가 얼추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양민혁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불리게 만들 수 있을까.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