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식의 긴급 제언] 옛 대전야구장을 재활용해 고교야구를 살립시다

스포츠

OSEN,

2025년 7월 21일, 오후 12:04


1962년 여름, 내 모교인 부산고등학교가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창단 29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 나는 마운드 위에 있었습니다. 당시 지방 팀으로서는 유일하게 부산 국제신문 주최 화랑기 대회까지 제패하며, 전국대회 2관왕의 영광을 안았고, 나는 MVP라는 큰 상도 받았습니다.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야구 인생의 가장 빛났던 그 순간은 좀체 잊히지 않습니다.

유니폼을 벗은 뒤에는 은행원으로, 또 국제그룹의 종합무역상사에서 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국제그룹이 해체되기까지 ‘프로스펙스’ 영업부장으로 재직했고, 이후에는 방송 해설위원, 그리고 일간스포츠 전속 해설위원으로 12년간 칼럼을 쓰며 야구팬과 함께 호흡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와 허스키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KBS, MBC, SBS 등 방송과 신문 등 40년 동안 야구 해설을 이어온 저에게, 이제 언론은 ‘야구계 원로’라는 호칭을 붙여주었습니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 문득 돌아보니, 이 모든 영광은 야구 덕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특히 위기를 겪고 있는 아마야구, 그중에서도 고교야구의 부활을 위한 작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백인천 감독의 근황, 고 이광환 감독에 대한 추모 글, 그리고 프로야구 전반기 결산과 청룡기 중계방송에 대한 반응들을 접하며 많은 팬이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중 한 팬의 진심 어린 글이 마음에 깊이 남아 여기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솔직히 정말 정말 모든 야구팬이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KBO 허구연 총재님이 정말 순수하게 한국 야구의 지속 가능성에 투자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실현, 실행되어서 다시 KBO 리그에 좋은 신인 공급 → 경기력 향상 → 야구팬 만족 & 지갑 열기 → 프로야구에 진정한 산업화 순으로 순환 발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실제로 지금 전국의 고교야구팀은 106개에 달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으로 팀 해체 위기를 맞은 학교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KBO는 연간 10억 원 이상을 아마야구 지원에 사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보다 실효성 있는 재원 마련을 위해 한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선 프로야구 관중 입장권 한 장에 200~300원의 ‘아마야구 발전기금’을 포함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연 20억~30억 원이 확보되어 고교야구 지원 재원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 제도가 정착된다면, 현재 학부모들의 개인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교야구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정문제가 해결되면, 그다음은 야구장 문제인데, 현재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이 수십 년간 적극적 협조로 운영해온 고교야구대회가 오늘날 한국 야구를 발전 유지 시키는 초석이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본인도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청룡기나 황금사자기처럼 서울 동대문 야구장에서 열리던 ‘전통 있는 고교야구 대회’들이 이제는 매번 장소를 옮기는 유랑극단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점 역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때마침 대전을 연고로 한 한화 이글스가 새 구장으로 이전하면서, 옛 대전야구장이 비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전구장을 찾은 한화의 대전 팬들이 전년 대비 51% 증가하는 등 야구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점 또한 이를 고교야구 전용 대회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대전은 지리적으로 전국 중심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고교 팀의 숙박비와 교통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충청권은 고교야구팀이 8개로 전국 최하 수준입니다. 대전구장이 고교야구 중심지로 자리 잡는다면, 지역 균형 발전과 함께 중부권 야구 부흥의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고교야구의 붕괴는 단지 아마야구의 위기를 넘어, 프로야구의 뿌리가 뽑히는 문제입니다. 프로야구는 고교야구의 토양 위에서 자라난 나무입니다. 단 10%의 고교 선수가 프로로 진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나머지 90%의 선수들도 대한민국 야구를 지탱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들이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힘을 보태야 할 때입니다.

야구협회도 더는 머뭇거려선 안 됩니다. 각 고교야구팀과 학부모의 서명과 탄원, 등록된 선수들의 목소리를 모아 KBO와 정부, 지방자치단체에 강력히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고교야구의 위기는 곧 한국 야구의 위기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뜻을 모은다면, 제2의 황금기를 다시 맞이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길의 출발이 지금, 바로 대전구장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소식(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일구회 회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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