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용섭 기자] ‘착각’으로 인한 번트 수비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역전패를 불러왔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KIA는 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3-21로 패배했다. 올 시즌 20점 이상을 허용한 것은 이날 KIA가 처음이다.
KIA는 선발투수 김도현이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3회 윤도현의 솔로 홈런으로 1-0으로 앞서 나갔다.
5회말, 김도현은 이원석과 손아섭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가 됐다. 하주석이 희생 번트를 시도했다. 그런데 타구가 포수 앞에 떨어졌고 멀리 굴러가지 않았다. 포수 김태군이 재빨리 잡고서 3루로 송구했다.
그런데 번트 수비를 위해 내야 잔디 앞으로 나와 있던 3루수 윤도현이 베이스를 밟지 않고 베이스 앞에서 공을 잡아 2루주자를 태그 아웃 시도했으나 세이프 됐다.
포스 아웃 상황이었는데 황당한 ‘착각’을 한 것으로 보였다. 김태군이 타구를 잡기까지 윤도현은 3루로 돌아가 베이스를 밟을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윤도현은 베이스 앞에 서서 송구를 기다렸다.
만약 윤도현이 베이스를 밟고 송구를 받았더라면, 2루주자를 포스 아웃시키고, 1루로 던져 타자 주자까지 더블 아웃도 가능해 보였다. 타자주자 하주석은 3루수가 공을 받을 즈음 절반 가량 뛰어갔다. 어쩌면 2사 2루가 됐을 상황이 무사 만루가 됐다. KIA 선수들 모두가 황당했고, 이범호 감독을 비롯해 KIA 더그아웃은 얼음이 됐다.
앞서 2회말 무사 1루에서 2루수 포구 실책으로 야기된 1사 2,3루 위기를 잘 막았던 김도현은 이번에는 무너졌다. 문현빈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이 됐고, 노시환에게 초구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1-4 역전.
이후 이진영과 김태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이도윤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1-5로 뒤진 1사 1,2루에서 김도현은 강판됐고, 구원투수로 나선 김기훈이 이재원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스코어는 1-7로 벌어졌다.
번트 수비 하나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고, 사실상 승부가 기울어졌다. 이후 KIA 불펜은 6회 6점, 7회 1점, 8회 7점을 허용하며 3-21로 패배했다.
윤도현은 지난 6월 12일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재활을 마치고 2군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후 9월 확대 엔트리에 맞춰 복귀했다.
복귀 첫 날 톱타자로 출장해 1회 안타를 때렸고, 3회는 류현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귀신에 홀린 듯이 5회 무사 1,2루에서 포스 아웃 상황을 착각하고, 태그 아웃을 하려다 대참사의 빌미를 제공했다.
KIA는 3연패를 당하며 57승 62패 4무(승률 .479)가 됐다. 8위 자리에서 5위 롯데와 3.5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6위 KT, 7위 NC까지 넘어서고 5위를 따라잡아야 하는 처지다. 5강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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