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결국 오현규(24, 헹크)의 이적 사가서 슈투트가르트의 막장 행보가 두 선수를 나락으로 몰아 넣을 뻔 했다.
헹크는 1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디미트리 드 콩테 디렉터의 인터뷰를 내놓았다. 그는 오현규 이적 협상이 무산된 과정을 상세히 짚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슈투트가르트는 합의 후에도 이적료를 낮추려 시도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빌미로 압박하는 방식은 납득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헹크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 막판까지 슈투트가르트와 오현규 이적을 두고 줄다리기를 했다. 합의가 임박했으나 막판 ‘메디컬 테스트 불합격’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슈투트가르트의 발표로 결국 이적은 무산됐다. 그러나 헹크는 “이 모든 것은 가격을 낮추거나 임대를 강요하기 위한 꼼수였다”며 반발했다.
실제로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의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문제 삼으며 이적료 삭감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임대 후 완전 이적안을 다시 들고왔다. 협상은 결렬되자 슈투트가르트는 일방적으로 메디컬 테스트 실패라고 계약을 발표했다. 남은 것은 ‘메디컬 탈락’이라는 왜곡된 결과뿐이었다.
디미트리 드 콩테 헹크 디렉터는 구단 채널을 통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정말 스트레스가 컸다. 슈투트가르트가 너무 빠르게 움직였고, 동시에 에라비 건도 조정해야 했다. 마지막 48시간 동안 오현규와 합의한 조건은 두 가지였다. 반드시 대체자를 확보할 것, 그리고 슈투트가르트가 오퍼액을 올릴 것. 하지만 그중 하나가 충족되지 않았다”며 곤혹스러웠던 심정을 털어놨다.
드 콩테는 또 “오현규의 대체자로 택한 유세프 에라비는 처음엔 오기를 꺼렸다. 주전 보장이 필요하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뉘앙스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모두 팔 거라고 말하자 결국 결심했다. 그런데 월요일 오후 5시쯤 오현규 이적 무산 발표가 났다. 그때 이미 에라비는 가족과 함께 헹크에 와 있었고, 오현규의 등번호 9번 유니폼을 입고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헹크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하루였지만, 결론적으로 손해만은 아니었다. 그는 “에라비는 여전히 계약을 원했고, 공정한 기회만 달라고 했다. 오현규 중심으로 다시 공격진을 구성할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오현규는 대표팀 소집 직후 “다 지나간 일이다. 좌절하지 않는다. 전화위복으로 삼아 더 강해지겠다”고 다짐했고, 곧바로 증명해 보였다.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원톱으로 출전한 그는 후반 30분 역전골을 작렬했다. 골 직후 무릎을 가리키며 ‘십자인대는 문제없다’는 세리머니를 선보여 슈투트가르트를 향한 통쾌한 메시지를 남겼다.
경기 후반 추가시간 실점으로 한국은 아쉽게 2-2 무승부에 그쳤지만, 오현규의 활약은 뚜렷했다. 그는 86분간 투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멕시코 수비진을 괴롭혔고,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그에게 평점 8.4점을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슈팅 4회, 유효슈팅 2회, 1골, 드리블 성공 1회라는 수치는 그의 가치를 증명했다.
헹크도 반색했다.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오현규의 활약 장면을 공유하며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메시지로 슈투트가르트를 조롱했다. 독일 언론 ‘빌트’조차 “과연 슈투트가르트가 이 농담을 웃으며 받아들일까”라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이어 “오현규는 미국 원정 114분 동안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분명 건강한 선수의 기록이다. 슈투트가르트는 재정적으로 신중했고 위험 부담을 피하려 했지만,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고 평했다.
결국 슈투트가르트는 눈앞의 보석을 스스로 놓쳤다. 헹크는 오현규를 지켜냈고, 대표팀은 새로운 원톱을 얻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은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과 동시에 미래의 잠재력을 증명해냈다. 이적 불발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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