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옌스 카스트로프(22,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떠나 대한민국을 대표해 A매치에 데뷔했다. 그래서일까. 독일 현지에선 그를 향한 싸늘한 평가가 등장했다.
독일 '빌트'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묀헨글라트바흐 대신 대한민국: 카스트로프가 월드컵 딜레마에 빠졌다!"라며 "그는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 때문에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주전 자리를 잃게 될까?"라고 보도했다.
카스트로프는 이번 9월 A매치 미국 원정 2연전을 통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 연착륙했다. 그는 7일 열린 미국전에서 후반 18분 교체 출전, 한국의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홍명보 감독은 예고했던 대로 카스트로프에게 중원의 한 축을 맡기며 출전 시간을 부여했다.
카스트로프는 10일 멕시코와 경기에선 선발 데뷔전까지 치렀다. 그는 박용우와 호흡을 맞추며 한국 중원을 책임졌고,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벤치로 물러났다. 후방에서 무리한 시도로 공을 뺏기는 등 보완할 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카스트로프는 홍명보 감독이 기대했던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표팀의 주요 옵션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다만 독일 현지에서는 다소 삐딱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빌트는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면서 일요일 베르더 브레멘과 경기에서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에게 자신을 증명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 만약 그가 팀에 남았다면 훈련을 소화하거나 샬케와 친선전에 뛰었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체는 "카스트로프는 미국 원정 이후 시차 문제 때문에 금요일까지 팀 훈련에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한국이서 서울에서 브라질과 경기를 치르는 10월 A매치 휴식기와 11월 A매치 휴식기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아시아로 이동해야 하는 경기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황당한 논리다. 카스트로프가 한국 대표팀 소집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세오아네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시차 문제까지 거론하며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활동을 걸림돌처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카스트로프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공식 A매치 기간엔 각국 대표팀에 합류할 권리가 있다. 독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카스트로프가 묀헨글라트바흐에 남았다면 조금이라도 팀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한국 대표팀과 묀헨글라트바흐 생활을 경쟁 붙이며 '딜레마'라고 표현한 건 분명 비약이다.
빌트는 카스트로프가 샬케와 평가전에 뛰지 못한 걸 근거로 삼았다. 매체는 "조 스칼리가 현재 근육 문제를 겪고 있어 우측 풀백 자리가 비어 있다. 샬케전에선 카스트로프 대신 오스카 프랄로가 그 자리에 뛸 수 있었다. 그 덕에 세오아네는 케빈 딕스와 함께 오른쪽 풀백 세 번째 옵션을 확보했다"라고 짚었다.
고작 2부 팀과 단순한 친선경기 하나를 놓쳤다고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고 주장한 것. 또한 빌트는 "카스트로프는 최근 슈투트가르트에서 0-1로 패한 경기에서 감독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는 교체 투입된 뒤 유일한 실점의 빌미가 됐고, 매우 불행해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묀헨글라트바흐는 흔들리지 않는다. 롤란트 피르쿠스 단장은 빌트와 달리 "우리는 카스트로프를 굳이 키울 필요가 없다. 그는 어린 선수이고, 분데스리가에서 어린 선수들이 몇몇 실수를 할 것이란 사실은 분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전혀 비난하지 않았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카스트로프는 더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학습 과정이다. 우리는 그가 이를 성공적으로 마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빌트는 "비르쿠스가 카스트로프를 옹호했다"라고 전했다.
카스트로프는 독일과 한국 혼혈 선수다. 그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중 국적자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지만, 최근 독일 축구협회(DFB)를 대신해 한국 축구협회(KFA)를 택하며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곧바로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공식 경기를 소화하면서 완전한 태극전사된 카스트로프. 미국전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전까지 외국에서 태어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혼혈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카스트로프는 최근까지도 독일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해 왔지만, 한국을 택했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카스트로프의 합류는 홍명보호에 분명 호재다. 그는 2선과 3선, 우측면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자원이다. 한국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아니지만, 홍명보호의 스리백엔 안성맞춤일 수 있다. 실제로 카스트로프는 지난 시즌 뉘른베르크에서 3-4-2-1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 4-4-2 포메이션의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뛰었다.
카스트로프도 자신의 강점으로 멀티성을 꼽았다. 그는 지난 7월 "어떤 포지션이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8번으로 뛰기도 했다. 6번으로도 뛸 수 있다"라며 "(한국 대표팀 선택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릴 때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내 마음은 한국을 위해 뛰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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