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이대로면 다른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가 다시 한 번 실망감을 안겼다. 가을야구의 훼방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벨라스케즈는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는 30개.
1회 선두타자 박성한을 상대할 때부터 3볼로 시작하며 심상치 않았다. 이후 스트라이크 3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후속 에레디아를 상대로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내줬다. 타구에 얼굴을 맞을 강한 타구였다.
이후 최정에게는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 위기에 몰렸고 한유섬에게 1루수 옆을 궤뚫는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진 1사 1,3루에서는 류효승을 빗맞은 내야뜬공을 유도하는 듯 했다. 그런데 1루수와 2루수가 아무도 잡지 못했다. 2루수가 쫓아가서 타구를 처리했지만 1루수가 뒤로 물러나서 잡아야 하눈 타구였다. 또 한 번 수비에서 절망적인 모습으로 벨라스케즈를 돕지 못했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0-2가 됐다. 1사 1,2루 상황은 계속됐다.결국 벨라스케즈는 후속 최지훈에게 초구 149km 높은 패스트볼을 던지다 우월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벨라스케즈도 롯데도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었다. 0-5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고명준은 삼진으로 처리해 2아웃을 만들었지만 2사 후 안상현에게 다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내주며 2사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이미 공헌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인천에서는 괜찮았는데 본인이 쓸데없이 직구 잘 치는 애들한테 직구를 고집했다. 오늘 또 한 번 볼 것이다”면서 “이상하다 싶으면 초반에 빨리 (이)민석이 붙이려고 한다. 그래도 3~4회까지 2~3점 정도로 막아줘야 그 뒤에 붙이는데 5점을 줘버리면 답이 안 나온다”라고 했다.
그런데 설마했던 상황이 나왔다. 그것도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5실점이나 한 최악 중의 최악의 상황이었다. 김상진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벨라스케즈의 공을 건네 받았다. 이민석이 1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이민석은 이지영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길었던 1회를 정리했다. 벨라스케즈가 마운드를 내려올 때 사직구장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야유에서 그치지 않았다. 벨라스케즈의 강판을 축하하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현재 벨라스케즈를 향한 민심은 최악이다.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면서 데려왔다. 가을야구 승부사가 되어주길 바랐다. 빅리그에서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고 있는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첫 단추를 잘 끼지 못했다”면서 벨라스케즈를 두둔한 김태형 감독이지만, 경기를 거듭할 수록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지게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훼방꾼에 가깝다. 이민석, 박진 등 다른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더 나은 현실이다.
이날 롯데는 벨라스케즈의 1회 5실점 참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타선이 제대로 터지면서 SSG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두들겼고 김광현까지 2회에 끌어 내렸다. 8회 마무리 김원중이 조기에 올라와 다시 11-11 동점을 허용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9회 김민성의 끝내기 안타로 결국 집념의 승리를 거뒀다.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다시 5할 승률을 회복하며 공동 5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벨라스케즈에 대한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은 시즌 롯데는 벨라스케즈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