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 LAFC)이 펠레와 메시의 이름을 소환했다. 미국 무대에서 그의 존재감이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미국 유력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4일(한국시간)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가 LAFC의 공격을 재편하며 MLS 전체를 흔들고 있다. 두 선수는 지금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호평이 아니었다. 과거 펠레의 뉴욕 코스모스,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시절과 비교될 정도의 ‘아이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실제 경기력은 이를 뒷받침했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지난 14일 열린 MLS 30라운드 산호세 어스퀘이크스 원정에서 팀의 4골을 모두 책임졌다. LAFC는 캘리포니아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 시작 53초 만에 손흥민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아르템 스몰랴코우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는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빠른 득점. 홈 팬들은 충격을, 원정 팬들은 환희를 동시에 느꼈다.
이후 무대는 부앙가의 차지였다. 그는 전반 4분, 7분 연속골로 산호세 수비를 무너뜨렸고, 후반 막판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로써 구단 통산 93골을 기록하며 카를로스 벨라와 함께 역대 최다골 공동 1위에 올랐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경기 후 “부앙가의 헌신과 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손흥민과 함께 뛰기에 더 빛난다. 두 선수는 지치지 않았을 때 어디서든 통하는 공격수”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앙가 역시 손흥민 효과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나에게 공간이 더 많아졌다. 이제 상대 수비는 손흥민을 막느라 고립된다. 덕분에 우리 모두가 자유로워졌다”고 고백했다. 손흥민이 이미 MLS 최고의 공격 듀오를 완성한 비밀이었다.
SI는 이를 단순한 호흡을 넘어 ‘시대적 아이콘 효과’라 규정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경기장에서의 활약만이 아니다. 그의 존재는 부앙가와 동료들을 뛰어넘어 클럽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는 1970년대 펠레의 뉴욕 코스모스, 그리고 2023년 메시가 합류한 인터 마이애미 외에는 미국 축구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뉴욕 코스모스는 펠레, 프란츠 베켄바워를 영입하며 미국 축구 붐을 일으켰다. 1978년부터 1980년까지 3연속 NASL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기’를 누렸다.
인터 마이애미 역시 메시 합류 후 리그스컵 우승과 MLS 정규리그 최다승점 기록을 새로 쓰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제 그 계보에 손흥민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아시아 스타가 아닌, 미국 축구 전체를 대표하는 새로운 얼굴로 떠오른 것이다.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은 단순히 스타가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다. 팬과 동료들에게 친절하고 인내심이 많다. 그래서 미국 축구 전체가 그를 응원한다”고 감탄했다. 경기장 밖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매력이 그의 상징성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손흥민의 MLS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더니 선발 데뷔전에서는 프리킥 골로 무대를 흔들었다. 산호세전 필드골로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성적은 5경기 2골 1도움. 단순히 수치로만 본다면 평범할 수 있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존재감과 클럽 전체에 끼치는 파급력은 이미 ‘아이콘’ 그 자체다.
현재 LAFC는 서부 콘퍼런스 5위(승점 44).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SI는 “손흥민과 부앙가의 시너지라면 LAFC는 2022년 가레스 베일 이후 다시 한 번 MLS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체룬돌로 감독의 작별 시즌에 손흥민이 우승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EPL에서 월드클래스를 증명했던 발끝은 여전히 날카롭다. 펠레와 메시의 이름까지 나란히 거론되는 지금, 손흥민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미국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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