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과 드니 부앙가(31)가 MLS 무대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제 LAFC는 단순한 돌풍이 아니라 ‘우승 1순위’라는 단어로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3일(한국시간) “손흥민-부앙가 듀오는 등장과 동시에 MLS 기록을 새로 쓰며 LAFC를 MLS컵 최강 후보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6경기에서 LAFC가 넣은 17골 전부가 바로 이 듀오의 발끝에서 나왔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은 한 차례, 부앙가는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리그를 폭격했다.
부앙가는 시즌 23골로 득점 선두 리오넬 메시(24골)를 단 한 골 차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 8월 토트넘에서 이적한 손흥민은 MLS 적응 기간조차 필요 없었다. 8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경기당 1골이라는 놀라운 효율을 유지하고 있다. “손흥민은 MLS 스타일과 완벽히 맞아떨어진다”는 매체의 말이 과장이 아니다.
두 선수의 관계는 단순한 ‘원투펀치’를 넘어선다. 매체는 “서로의 골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서로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공격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카를로스 벨라-디에고 로시 콤비와 비교되지만 “손흥민은 로시보다 훨씬 확실한 클래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앙가는 이미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됐고, MLS 최초 3시즌 연속 20골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케인의 공백을 메우며 9번 역할을 소화했던 경험을 MLS에서도 그대로 녹여냈다. 폭발적인 질주, 뒷공간 침투, 카운터 마무리까지 모두 MLS 특성에 완벽히 부합한다. 여기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이 LAFC 전술의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체룬돌로 감독의 전술적 지원도 흥부 듀오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5백 기반의 압축 수비로 상대를 안쪽으로 유인한 뒤 손흥민과 부앙가에게 뒷공간을 열어주는 전략은 이미 수차례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높은 수비 라인을 쓰는 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면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매체는 “플레이오프에서 상대가 밀집 수비로로 버틴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겼다. 역습형 팀 특성상 촘촘한 수비를 점유 공격으로 풀어내는 능력은 아직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1일 이후 흐름만 놓고 보면 LAFC는 명백히 1순위다. 부앙가의 득점력은 절정이고, 손흥민의 조율력은 팀 전체의 리듬을 바꾸고 있다. 경쟁자로는 메시가 이끄는 인터 마이애미가 거론되지만 “메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고, 그가 부진할 경우 팀 전체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서부 콘퍼런스에서는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힌다. 토마스 뮐러 합류 이후 조직력과 리더십이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시애틀 사운더스는 전통의 강호지만 시즌 초반 일찍 치고 나간 것이 오히려 변수가 될 수 있다. 동부에서는 올랜도 시티가 ‘다크호스’로 지목됐다. 파레하 감독의 유연한 전술 운영과 오헤다·파샬리치의 활약이 눈에 띈다.
손흥민은 MLS에서도 다시 한 번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 중이다. 부앙가와의 조합은 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단 한 번의 전환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MLS 특유의 폭발력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퍼즐은 ‘밀집 수비' 공략이다.
이 과제를 해결한다면 체룬돌로 감독의 두 번째 MLS컵, 그리고 손흥민의 커리어 두 번째 정상 등극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