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날개를 펼치고 있다. 라스무스 호일룬(22)이 팀 동료 케빈 더 브라위너(34, SSC 나폴리)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일(한국시간) "맨유에서 버려진 '남은 조각'들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최우수 선수(POTM) 상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구단주 짐 랫클리프 경과 맨유에는 또 다시 좋지 않은 밤"이라고 보도했다.
나폴리는 같은 날 이탈리아 나폴리에 위치한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2025-2026시즌 UCL 리그 페이즈 2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터트리며 스포르팅 CP를 2-1로 제압했다.
경기의 주인공은 바로 호일룬과 더 브라위너 듀오였다. 올여름 나란히 맨체스터를 떠나 나폴리 유니폼을 입은 둘은 나폴리가 만든 두 골을 모두 합작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맨유 출신 호일룬과 '맨체스터 시티 전설' 더 브라위너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 것.
전반 36분 더 브라위너가 수비 뒤로 스루패스를 찔러넣었고, 영리하게 침투한 호일룬이 몸싸움을 이겨낸 뒤 골망을 갈랐다. 나폴리는 후반 17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페널티킥으로 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더 브라위너 패스에 이은 호일룬 득점이라는 공식이 다시 한번 발동됐다. 호일룬은 후반 34분 더 브라위너의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하며 멀티골을 뽑아냈다.
UEFA 공식 POTM도 호일룬의 차지였다. UEFA 테크니컬 옵저버는 "호일룬은 경기가 거의 없었던 기회에서 훌륭하게 두 골을 넣었다. 그는 경합 상황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호일룬은 경기 후 나폴리를 향한 애정과 더 브라위너를 향한 감사를 표했다. 그는 "나폴리 엠블럼을 만지며 세리머니한 이유는 여기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때문"이라며 "더 브라위너 같은 선수와 함께 뛸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하다. 내가 좋은 위치에 들어가기만 하면 더 브라위너가 알아서 공을 배달해 준다. 엘링 홀란이 왜 그렇게 골을 많이 넣었는지 알겠다"라고 말했다.
나폴리에서 반전을 쓰고 있는 호일룬이다. 그는 맨유에서 최악의 공격수로 낙인 찍혔고,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쫓겨나다시피했다. 호일룬은 공개적으로 맨유에 남아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후벵 아모림 감독은 그를 내치고 베냐민 세슈코를 영입했다. 자리를 잃은 호일룬도 완전 이적 조건이 포함된 나폴리 임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세리에 A로 돌아간 호일룬은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5경기 3골을 기록 중이다. 그는 로멜루 루카쿠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주면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맨유 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정도면 호일룬이 아니라 맨유 선수들이 더 큰 문제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는 언제나 좋은 위치 선정과 침투가 강점인 선수였다. 하지만 맨유에서는 확실한 키패스를 뿌려주는 선수가 부족했다는 것. 반면 나폴리에서는 더 브라위너라는 걸출한 플레이메이커가 있다 보니 호일룬의 득점력이 살아나고 있다.
더 브라위너도 호일룬을 칭찬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난 첫 번째 골 장면에서 그 공간에 들어가려고 했고, 호일룬에게 공을 전달할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호일룬이 나머지를 해줬다"라며 호일룬이 골 냄새를 잘 맡는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더 브라위너는 호일룬을 '괴물 공격수' 홀란에 빗대기도 했다. 자신이 맨시티에서 직접 호흡을 맞췄던 '프리미어리그 2시즌 연속 득점왕' 홀란과 호일룬이 닮았다고 말한 것.
더 브라위너는 "호일룬은 많이 성장하고 있다. 그는 홀란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수비 라인 뒤로 침투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매우 닮았다. 호일룬이 플레이에 더 많이 관여하려 내려 올 수도 있지만, 그는 득점하고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간을 노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맨유 팬들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덴마크 국가대표 공격수 호일룬은 2023년 여름 아탈란타를 떠나 맨유에 합류했다. 당시 이적료는 무려 8500만 파운드(약 1606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호일룬은 맨유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데뷔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6골 2도움을 올렸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50골 10도움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긴 했으나 무딘 결정력과 적은 영향력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팀을 떠나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 맨유와 나폴리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맨유는 세슈코가 단 한 골을 넣은 가운데 프리미어리그 14위까지 추락했고, 나폴리는 호일룬과 함께 세리에 A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하나의 '탈맨유' 사례가 되어가고 있는 호일룬이다. 그는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 옌스 페테르 하우게(보되/글림트), 홀란(맨시티)과 함께 UCL 이주의 선수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 라운드 마커스 래시포드(바르셀로나)에 이어 2주 연속 맨유 출신 선수들이 상을 받을 수 있는 것. 안토니 엘랑가(뉴캐슬)마저 위니옹전 POTM으로 선정된 점을 고려하면 유럽대항전에 나서지 못한 맨유의 처지가 더욱 처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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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01 그레이트 골스, 슬리퍼 풋볼, ESPN, UCL, 나폴리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