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주앙 펠릭스(26, 알 나스르)의 사우디아라비아행은 정답이었던 걸까. 그가 사우디 프로 리그(SPL)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SPL은 3일(이하 한국시간)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시즌의 첫 4경기에서 즉각적인 인상을 남긴 10명의 리그 데뷔 선수들을 소개한다"라며 펠릭스의 이름을 꺼냈다.
현재 펠릭스는 포르투갈 대표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알 나스르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알 나스르 유니폼을 입고 9경기에서 8골 2도움을 몰아치고 있다. 리그에서만 4경기 5골 1도움으로 호날두(4골)마저 제치고 득점 1위를 달리는 중이다.
SPL 9월 '이달의 선수상'도 펠릭스의 차지였다. 그는 지난달 알 리야드전에서 2골 1도움, 제다와 컵대회 32강전에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4경기에서 총 3골을 터트렸다. 그 덕분에 알 나스르도 4전 전승을 거두며 SPL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펠릭스의 활약상은 10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2일 열린 알 자우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TWO 경기에서 골망을 가르며 결장한 호날두의 공백을 메웠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사우디 이적의 이유를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는 펠릭스다.
SPL도 "잉글랜드 첼시에서 리야드에 도착한 포르투갈 스타 펠릭스는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답을 주는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포르투갈 대표팀 동료 호날두와 미리 파트너십을 맺은 건 이미 리그에서 가장 위험한 일로 보인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SPL은 "펠릭스는 리그에서 5골을 넣으며 골든 부트 경쟁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좋은 방식으로 올린 어시스트도 있었다. 하지만 숫자 외에도 펠릭스가 알 나스르에 매끄럽게 녹아든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거의 즉시 알 나스르를 순위표 최상단에 올려뒀다"라고 강조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펠릭스다. 'CNN 포르투갈'은 "펠릭스는 호날두를 제치고 최고의 기량으로 거듭났다"라며 "펠릭스는 8경기에서 7골 2도움을 올리며 바르셀로나 시절(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이후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라고 짚었다.
펠릭스는 한때 '제2의 호날두'로 기대받는 재목이었다. 그는 2018-2019시즌 벤피카에서 프로 데뷔했고, 43경기 20골 11도움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그러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옵션 포함 1억 2000만 유로(약 1983억 원)라는 거금을 들여 빠르게 펠릭스를 낚아챘다. 2019년 기준 역대 4번째로 높은 이적료였다.
하지만 펠릭스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밑에서 좀처럼 재능을 뽐내지 못하며 팬들의 속을 태웠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팀 분위기를 해쳤다. 그는 여러 차례 임대를 전전했으나 어디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심지어 라이벌 구단 바르셀로나로 이적하고 싶다고 공개 선언하더니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득점하고 세레머니를 펼치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아틀레티코를 떠난 뒤에도 몰락은 계속됐다. 펠릭스는 지난해 여름 첼시로 완전 이적했지만, 엔조 마레스카 감독에게도 외면받았다. 후반기 AC 밀란 임대에서도 부진만 거듭하며 잊혀갔다.
결국 첼시도 1년 만에 펠릭스와 작별을 선택했다. 그의 행선지는 호날두가 있는 사우디 알 나스르. 펠릭스는 놀랍게도 만 25살의 나이로 유럽 무대를 포기했다. 유럽에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자연스레 비판이 쏟아졌다. 펠릭스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돈을 좇아 사우디로 넘어갔다는 것.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포트루갈 현지에서도 펠릭스가 커리어를 포기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펠릭스는 알 나스르에서 1200만 유로(약 198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펠릭스는 사우디 무대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다. 사우디에서 재기할 수 있을 거라던 호날두의 조언이 맞았던 셈. 앞서 호날두는 "펠릭스가 포르투갈 리그로 복귀하는 것보다 사우디 리그로 가는 게 낫다. 그는 옳은 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하며 비판받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펠릭스는 포르투갈 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A매치에서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렸고, 10월 A매치에도 호날두와 함께 소집됐다. 이대로라면 내년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월드컵의 꿈을 위해 사우디로 향했던 펠릭스의 결단이 절묘한 수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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