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신성' 유주상 "하던대로 하면 당연히 승리"[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스포츠

이데일리,

2025년 10월 04일, 오전 07:1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난 6월.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UFC 316 대회. 한국에서 온 신예 파이터 한 명이 전 세계 격투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경기 시작 28초 만에 펀치 한 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면서 UFC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데일리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갖는 UFC 파이터 유주상. 사진=화상 인터뷰 캡처
한국은 물론 글로벌 UFC 팬들은 겨우 데뷔전을 치른 낯선 한국 파이터에게 열광했다. 심지어 이미 UFC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유명 선수들 조차 그의 이름을 언급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코너 맥그리거의 데뷔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다’라는 극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넉 달이 지났다. ‘격투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는 이제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다. 그것도 전 세계 프로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대회다. 주인공은 ‘좀비 주니어’로 불리는 유주상(31)이다.

9승 무패 전적을 자랑하는 유주상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320: 안칼라예프 vs 페레이라 2’ 언더카드에서 ‘윌리캣’ 다니엘 산토스(30·브라질)과 맞붙는다.

산토스는 한국 파이터와 인연이 깊다. 지난 5월 UFC 315에서 ‘코리안 타이거’ 이정영에게 꺾었다. 원래 9월에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최두호가 부상으로 경기를 치르기 어렵게 되자 유주상이 기회를 잡았다.

데뷔전 28초 KO승 이후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것과 달리 유주상은 담담하고 담백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이데일리와 가진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데뷔전 승리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특별히 유명해졌다는 기분도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유주상은 전형적인 ‘늦깎이 강자’다. 1994년생으로 이미 30대에 접어든 그는 2021년 27살에 본격적으로 프로 파이터 길에 접어들었다. 프로 전적은 9전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해외 강자들과 싸워 모두 승리를 이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주최한 ZFN 대회에서 카와나 마쓰토(일본)를 1라운드 1분 15초 만에 KO로 눕히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경기를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본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그를 직접 선택하면서 꿈에 그리던 UFC 진출이 확정됐다.

여기에 UFC 데뷔전까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UFC가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미국의 유명한 격투기 전문 토크쇼인 ‘아리엘 헬와니 쇼’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겨우 UFC 1전에 불과한 신인에게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유주상의 성격은 조용하다. “들뜨고 흥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며 자신을 둘러싼 후끈한 분위기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주변 반응에 신경쓰기 보다는 묵묵하게 루틴을 지키며 훈련에 집중한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얌전한 보통 청년이다.

하지만 경기장에 오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자신의 우상인 코너 맥그리거처럼 자신감과 기세로 상대를 압도한다. 그는 “옥타곤 위에서는 멘털과 기세가 전부다”며 “나는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주상의 기술적 기반은 복싱이다. 부드러운 스텝과 길게 뻗는 잽, 상대 빈틈을 찌르는 직선 타격이 강점이다. 서둘러 경기를 지배하려고 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스나이퍼’다. UFC 데뷔전 KO승도 우연이 아니라 정밀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각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상대인 산토스는 전혀 다른 성격의 파이터다. 플라이급에서 출발해 밴텀급을 거쳐 페더급까지 올라온 강자다. 스피드와 레슬링을 혼합하며 탱크처럼 파고드는 무에타이 스타일이다. 유주상보다 신체 조건은 작지만 짧은 거리에서 타격전이 능하다.

첫 경기와는 상대의 레벨이 다르다. 유주상의 첫 경기 상대인 제카 사라기는 그 경기 후 바로 퇴출됐다. 반면 산토스는 실력이 검증된 중견급 파이터다. 이번 경기는 유주상이 UFC 스타가 될 자격이 있는지 검증받는 시험대다. 결과나 내용이 안 좋다면 그냥 단발성 주목을 받은 신예로 머물 수밖에 없다.

유주상은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한다, 그는 “산토스가 이정영 선수와 싸우는 모습을 여러 번 봤는데 당시 급오퍼를 받고 들어왔는데도 체력이 좋더라”고 상대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흥분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2라운드 안에 경기를 끝내고 싶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조용히 묵묵히, 하지만 옥타곤 위에서는 누구보다 단호한 유주상. ‘좀비 주니어’라는 수식어를 안고 옥타곤에 오르는 그가 별명에 걸맞는 결과와 내용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유주상. 사진=UFC
유주상. 사진=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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