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시즌 8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코리아오픈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세계대회 도전에 나선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이 덴마크오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필 국내 팬들 앞에서 열린 대회에서 안세영답지 않은 모습으로 준우승에 그친 터라 시작 전부터 부담이 컸던 대회다. 우승했던 대부분의 대회에서 거침없이 질주했던 과정과 달리 덴마크오픈은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흔들렸어도 쓰러지진 않았던 안세영이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9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2위)를 2-0(21-5 24-22)으로 제압했다.
왕즈이에게 유난히 강한 안세영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5분 만에 1게임을 따냈다. 랭킹 1-2의 대결답지 않게 싱겁게 끝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게임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안세영은 왕즈이의 거센 공격에 고전했고 실수가 겹치며 10-18까지 끌려갔다. 이쯤 벌어졌으면 체력을 안배하며 3게임을 도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세영의 선택은 달랐다.
위기에서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안세영은 상대를 18점에 묶어 두고 내리 8점을 획득해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흐름을 바꾼 안세영은 결국 듀스 승부 끝 우승을 확정했다.

직전 코리아오픈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낸 결과라 더 값지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이로써 안세영은 올해 8번째 국제대회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1월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일본오픈, 중국 마스터스 대회를 제패한 그는 덴마크오픈을 우승 리스트에 추가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영 오픈을 비롯해 덴마크오픈보다 레벨 높은 슈퍼1000 시리즈(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를 여럿 손에 넣은 안세영이지만 이번 우승은 또 다른 의미에서 값지다.
안세영은 시즌 초반 참가한 7개 대회 중 6개 대회를 석권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여름이 지나면서 다소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7월 말 중국오픈 4강 도중 부상으로 기권패 했던 안세영은 시즌 가장 큰 목표였던 8월 파리 세계선수권에서도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9월 중국 마스터스에서 건재를 과시하며 시즌 7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지난달 기대했던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랭킹 4위)에게 0-2(18-21 13-21) 완패를 당해 고개를 숙였다. 너무 맥없이 무너진 내용이라 여파가 꽤 있었다.
당시 결승 후 안세영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되지만, 더 나은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한 괴로움도 전했다. 그 안쓰러운 각오와 함께 나선 대회가 덴마크오픈이라 결과가 주목됐는데, 다행히 고비를 넘었다.
안세영은 16강까진 순항했으나 이후 쉽지 않았다. 8강에서 일본의 미야자키 도모카를 만난 그는 1게임을 먼저 내주며 흔들렸으나 2, 3게임을 내리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진 4강 상대가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상대했던 야마구치였는데, 이 경기가 분수령이었다.
안세영은 또 첫 게임을 16-21로 내주면서 다시 악몽을 꾸는 듯했다. 하지만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역시 2게임과 3게임을 거푸 잡아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왕즈이와의 결승전 2게임 10-18에서의 놀라운 뒤집기까지, 여러 고비를 넘고 기어이 정상을 되찾았다.
어떤 선수도 무적일 수는 없고, 모든 경기를 다 이길 수도 없다. 부상도 따르고 슬럼프도 겪게 마련이다. 그 좋지 않을 시간을 얼마나 짧게 하느냐가 '레벨'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인데, '셔틀콕 여제' 안세영은 역시 다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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