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주제 무리뉴 감독의 불만은 어쩌면 합당했을지도 모르겠다. 튀르키예 축구계가 충격적인 심판들의 불법 베팅 연루로 들썩이고 있다.
'CNN 튀르키예'는 27일(한국시간) "이브라힘 하지오스마놀루 튀르키예 축구협회(TFF) 회장은 프로 심판들이 베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충격적인 성명을 발표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은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튀르키예 축구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겠다. 우리는 눈엣가시이자 고통스러운 배면인 심판 커뮤니티부터 시작했다"라고 운을 뗀 뒤 "프로 리그에서 활동하는 571명의 현역 심판 중 371명이 6개 베팅 회사 중 하나 이상에 계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직접 비난할 필요는 없다. 베팅 계정을 이용해 경기를 시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정을 가진 371명의 심판 중 152명이 축구 경기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7명이 1부리그 심판, 15명은 1부리그 부심, 36명이 2부리그 심판, 94명이 2부리그 부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베팅 사례도 어마어마하게 적발됐다.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은 "10명의 심판이 10000건 이상의 베팅을 실행했고, 1명은 18277건 이상의 베팅을 했다. 42명의 심판은 개별적으로 1000건 이상의 베팅을 했다. 일부 심판은 한 번만 베팅했다"라고 전했다.
그나마 베팅된 경기의 대부분은 해외 리그 경기로 확인됐지만, 충격적인 스캔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은 이러한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징계위원회가 필요한 절차를 개시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해당 심판들을 회부할 예정이다. 지시에 따라 필요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TFF 규정 제6222호에 따르면 심판의 불법 베팅 혐의는 5년의 법적 시효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이 언급한 일들은 모두 5년 이내에만 국한된 사건이다. 사실은 더 많은 베팅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오스마놀루 회장은 "튀르키예 축구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사회를 포함해 관련 정부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 클럽 감독들도 모든 팀과 선수들을 조사해야 한다. 자신부터 조사해야 한다. 우리는 이 자업을 유럽축구연맹(UEFA)에도 공유했다"라고 전했다.

당연히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구단들도 충격에 빠졌다. 갈라타사라이는 "튀르키예 축구가 오랫동안 겪어온 신뢰와 공정성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정을 지켜야 할 심판들이 베팅 계좌를 보유하고 실제로 베팅을 해온 사실이 확인된 건 단순한 스포츠 정신 위반이 아니라 튀르키예 축구의 근본 가치에 관한 치명적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갈라타사라이는 "튀르키예 축구의 명예와 공정성,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TFF가 베팅 계좌가 확인된 심판 명단, 그들이 관장한 경기, 실제 참여한 베팅 내역과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명문 구단 페네르바체도 목소리를 냈다. 페네르바체 역시 갈라타사라이와 마찬가지로 연루된 심판들을 공개하고, 그들이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는 경기들을 투명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페네르바체를 지휘했던 무리뉴 감독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페네르바체에 부임한 그는 한 시즌간 팀을 이끈 뒤 지난 9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무리뉴 감독은 여러 차례 튀르키예 심판에 대한 분노를 터트렸다. 그는 심판 판정을 비난했다가 출전 금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고, 외국인 심판 도입을 환영하면서 쉬페르리그를 '독성이 있는 리그'라고 표현해 논란을 집었다. 페네르바체만 유독 판정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특히 무리뉴 감독은 지난 2월 갈라타사라이와 '이스탄불 더비'에서 0-0으로 비긴 뒤 폭발했다. 그는 당시 주심을 맡았던 슬로베니아 출신 슬라브코 빈치치 심판을 향해 "주심은 최고였다"라고 칭찬했다. 그런 뒤 "경기를 마치고 심판 탈의실에 갔다. 물론 4번째 심판은 튀르키예 심판이었다. 그에에게 당신이 주심이었다면 재앙이었을 거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은 "다시 한번 주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 왜냐하면 튀르키예 주심이라면 큰 다이빙 이후 갈라타사라이 벤치가 아이들 위에 있는 원숭이들처럼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1분 후에는 옐로카드를 받고, 5분 뒤에는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라고 독설을 뱉어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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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카이 스포츠, TFF, 갈라타사라이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