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리더십 붕괴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됐다. '패싱 논란'을 빚은 미키 반 더 벤(24)과 제드 스펜스(25)가 고개 숙였다.
영국 'BBC'는 3일(이하 한국시간) "프랭크 감독은 반 더 벤과 스펜스의 행동이 무례함을 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선수가 첼시전 패배 후 경기장을 떠날 때 자신을 외면한 뒤 사과했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2일 안방에서 '런던 라이벌' 첼시에 0-1로 패했다. 한 골 차로 진 게 다행일 정도로 졸전이었다. 공수 양면에서 첼시에 압도당하며 두들겨 맞았고, 수문장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선방으로 간신히 1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공격이 무뎌도 너무나 무뎠다. 이날 토트넘은 90분 내내 슈팅 3회, 유효 슈팅 1회에 그치면서 기대득점(xG) 0.05에 그쳤다. 이는 2012-2013시즌 이후 504경기 만에 나온 최저 수치였다. 관련 기록이 집계된 이후 최악의 경기를 펼친 것.

여기에 충격적인 장면까지 포착됐다. 경기 후 프랭크 감독은 선수단에게 홈 팬들 앞에서 인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실망한 팬들이 야유를 쏟아내자 반 더 벤과 스펜스는 프랭크 감독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터널을 빠져나가버렸다.
'디 애슬레틱'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반 더 벤과 스펜스는 곧장 라커룸으로 향했고, 프랭크 감독이 이들을 막아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둘은 프랭크 감독을 지나쳐 계속 걸어갔다. 프랭크 감독은 몇 초간 그 쪽을 바라봤다. 그들은 터널로 들어가기 전 안드레아스 게오르그손 세트피스 코치도 그냥 지나쳤다"라고 전했다.
당연히 반 더 벤과 스펜스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반 더 벤은 토트넘 팬들의 기대를 많이 받는 핵심 수비수이자 이날 주장 완장을 찬 주인공이었기에 더욱 많은 실망을 안겼다.

결국 선수들이 먼저 사과했다. 프랭크 감독은 "반 더 벤과 스펜스가 어제 내 사무실에 와서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 미디어 세상에서 나쁘게 보이거나 오해를 사길 원치 않았다. 그래서 나나 팀에 대한 무례는 전혀 없었다. 그들은 우리의 경기력과 경기 중 야유에 실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두 선수의 행동이 용납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질문은 이해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우리가 가진 작은 문제들 중 하나"라며 "반 더 벤과 스펜스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둘은 지금까지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쳐 왔다. 우리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다만 프랭크 감독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선 계속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졸전 후 팬들은 물론이고 감독과 코치까지 패싱한 건 절대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부주장인 반 더 벤조차 팀 내 질서를 망친다면 라커룸 분위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손흥민의 리더십 공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분노한 팬들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팬들에게 사과하며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동료들이 인사하길 꺼리며 먼저 들어가려 하자 화를 내며 관중석 앞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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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카이 스포츠, ESPN UK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