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대전, 고성환 기자] 어느덧 10년이 지났고, A매치 기록은 0경기에서 102경기가 되기 직전이다. 그럼에도 태극마크를 대하는 '언성 히어로' 이재성(33, 마인츠)의 마음가짐엔 변함이 없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볼리비아와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치른다. 18일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가나와 두 번째 평가전을 소화한다.
올해 마지막 A매치 일정이다. 내년 6월 열리는 2026 국제축구협회(FIFA)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중요한 실전 무대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7위를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볼리비아와 아프리카 월드컵 예선을 일찌감치 뚫어낸 강호 가나를 상대로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을 시험할 기회다.
무엇보다 결과가 필요하다. 월드컵 포트2를 확정하기 위해선 FIFA 랭킹 포인트 관리가 핵심이기 때문. 만약 FIFA 랭킹 22위에 올라 있는 홍명보호가 순위가 더 낮은 볼리비아(76위)와 가나(73위)에 덜미를 잡힌다면 포트2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앞서 홍명보 감독도 "새롭게 전술을 짠다기보단 지난 경기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발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번 경기는 올해 마지막 평가전인데, (포트 2에 들기 위해선) 결과가 중요하다. 기존 계획대로 가면서 경기 결과까지 챙기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13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재성은 "올해 마지막 A매치에 소집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매 소집마다 이렇게 올 수 있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오고 있다. 건강한 몸으로 나라의 부름에 헌신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오랜만에 오는 선수들도 있고, 매번 만나는 선수들도 있다. 항상 즐겁고 반가운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계속 월드컵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 평가전들이 소중한 한 경기 한 경기다. 이 과정들이 내년 6월에 있을 월드컵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이번 2연전도 승리해 많은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 이번만큼은 더 좋은 결과와 경기력으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라며 "수험생들에게도 꼭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결과를 떠나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는 아직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를 이겨본 적이 없다. 이재성은 볼리비아전에서 승리하면 징크스 격파에 도움이 될지 묻는 말에 "대륙마다 갖고 있는 능력과 스타일이 다른 건 알고 있다. 다만 선수들은 특정 대륙에 대한 선입견보다는 우리 팀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런 부분은 말해주셔서 알았다"라며" 우리 경기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도 볼리비아와 남미 대륙보다는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의 바탕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경기에 집중하겠다"라고 답했다.
이번 경기에선 이재성의 A매치 센추리 클럽 가입 기념식이 열린다. 마침 대전월드컵경기장은 10년 전 그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재성은 "내게는 국가대표 한 경기 한 경기가 특별하다. 센추리 클럽 기념 경기이고, 나를 위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해 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하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개인의 영광이 나타나선 안 된다. 팀의 영광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대전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여기까지 왔다. 늘 그랬듯이 헌신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전 입장 관중 수는 22206명에 그쳤다. 이번에도 관중 흥행은 어려워 보이는 상황.
이재성은 이에 대해 "오늘이 어제의 결과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이런 모습은 그동안 우리 대표팀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돌이켜 볼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라며 "선수들에겐 브라질전이 참고가 될 거 같다. 브라질전에선 많은 관중이 왔다. 결국 축구를 잘하고,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팬들이 찾아올 이유가 된다. 앞으로 팬들이 찾아오실 수 있게끔 좋은 경기와 좋은 축구를 해야 할 거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대표팀은 천안에 새로 건립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에서 머무르며 이번 2연전을 준비했다. 이재성은 "(축구종합센터에) 하루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표팀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는 점에서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호텔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다.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겨서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경기를 준비하는 데 큰 힘이 될 거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월드컵까지 7개월이 남은 상황. 이미 두 차례 월드컵을 경험해 본 이재성은 "이번 소집도 감독님이 첫 미팅 때 얘기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국가대표로서 중요한 건 헌신과 선수들 간의 유대감이라고 해주셨다. 참 공감된다. 선수들끼리 대화하고 고통을 나누면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면 월드컵에서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유대감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센추리 클럽 기념 '축포' 욕심에 대해선 여느 때처럼 손사래를 쳤다. 이재성은 "나를 잘 안다면 내가 득점 욕심을 내거나 하진 않을 거라고 아실 거다. 평소처럼 팀을 위해 득점할 수 있는 기회면 득점하고, 동료에게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패스하겠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끝으로 이재성은 볼리비아의 경쟁력을 평가해 달라는 말에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도 잡은 적이 있고, 복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렇게 먼 원정을 와서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기에 볼리비아 선수들에겐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볼리비아를 존중하면서도 우리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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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