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안현민이 8회말 1사 상황 솔로홈런을 치고 송성문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과 두 차례 원정 평가전에서 거둔 최고의 수확이라면 '천적 관계'를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제 일본을 절대 넘을 수 없는 산이라고 느끼지 않게 됐고, 이는 4개월 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펼쳐질 재대결에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일본만 만나면 힘을 내지 못했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극적인 4-3 역전승을 거둔 뒤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15일과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지긋지긋한 무승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안타 12개와 사사구 11개를 내준 끝에 4-11로 대패했다. 과거 한국이 일본을 만나 투타에 걸쳐 일방적으로 밀리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2차전에서 일본 마운드를 괴롭히며 7-7 무승부를 거뒀다. 특히 2연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터트린 3개의 홈런은 그간 켜켜이 쌓인 체증을 일거에 날린 시원한 한 방이었다. 1개의 홈런에 그친 일본에 비해 홈런의 질도 차원이 달랐다. 2차전 8회말 6-7로 추격하는 안현민의 솔로포와 9회말 2사 후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솔로포가 도쿄돔 공중을 가를 땐 1982년 잠실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당시 8회말 한대화의 역전 스리런 홈런을 떠올린 올드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7-7로 비긴 게 아쉬웠지만, 값진 무승부였다.
이번 평가전은 내년 3월 열리는 2026 WBC를 대비한 모의고사였다. 류지현 감독이 옥석을 가리는 동시에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국제 경쟁력을 점검받는 무대였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김주원이 9회말 2사 상황 동점 솔로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국은 초대 대회인 2006 WBC에서 4강에 진출했고, 2009 WBC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2013년, 2017년, 2023년 대회에서 모두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다음 WBC에서는 구겨진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일본, 대만, 호주, 체코와 C조에 묶인 한국은 내년 3월 도쿄돔에서 2026 WBC 1라운드를 치른다. 5개 팀이 풀리그를 치러 상위 두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하는 일본이 가장 앞서가는 가운데 한국, 대만, 호주가 남은 8강 진출권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내년 3월 5일 'C조 최약체' 체코와 첫 경기를 치른 뒤 7일 일본과 격돌한다. 이어 8일 대만, 9일 호주를 차례로 상대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에 패할 경우 남은 대만전과 호주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24 프리미어12에서 대만에, 2023 WBC에서 호주에 일격을 당한 바 있다.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을 꺾고 악연을 끊어낸다면 8강으로 가는 '비단길'이 펼쳐질 수 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대한민국 문현빈이 2사 주자없는 상황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2025.1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그런 가운데 한국 타선이 이번 평가전에서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던 일본 마운드를 공략했다는 건 고무적이다.
상대가 약한 것도 아니다. KBO리그보다 경쟁력이 높은 일본프로야구에서 기량을 뽐냈던 투수들이 일본 야구대표팀에 모였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일본 투수들이 빠졌다고 하나 한국 역시 김하성(FA),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이 없었다.
홈런 두 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현민(KT 위즈)은 "긴장은 하나도 안 했다. 크게 다를 게 없더라"며 "정말 재미있었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당차게 말하기도 했다.
류지현 감독도 내년 WBC에서 일본을 만나 다른 결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류 감독은 "일본 야구대표팀에 좋은 투수가 많았는데, 우리 타자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타격을 펼쳤다.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은 일본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더더욱 느꼈을 것"이라며 "내년 WBC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