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 "유민아, LPGA는 자신감이야…쫄지 마!"

스포츠

이데일리,

2025년 11월 23일, 오후 06:41

[여주=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황)유민아 우승 축하해. 정말 대단했어.”

‘골프 여제’ 박인비가 후배 황유민을 보자 칭찬을 건넸다. 1988년생인 박인비와 2003년생인 황유민의 나이 차는 15살. 대선배의 축하에 황유민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박인비(왼쪽)와 황유민이 지난 22일 경기도 여주시의 더 시에나 벨루토CC에서 열린 ‘2025 더 시에나 자선 프로암 대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2일 경기도 여주시 더 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5 더 시에나 자선 프로암 대회’에서 이뤄졌다. 이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두고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보유한 ‘골프 여제’ 박인비와 지난달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내년 LPGA 투어에 입성하는 ‘샛별’ 황유민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황 “잔디 적응 고민”…박 “장점 최대한 살려라”

황유민이 미국 무대에 연착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잔디 적응’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잔디가 더 억센 데다 지역마다 특성이 달라 경험이 미천한 신인급 선수들은 애를 먹기 일쑤다.

황유민은 박인비에게 “잔디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잔디 적응을 위해 제가 잘했던 기술을 그대로 가져가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둬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박인비는 “본인이 잘하는 스킬, 한국에서 잘했던 테크닉을 100% 살리는 게 맞다”면서 “내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잔디에 따라 변형을 주는 기술을 약간 추가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의 기술을 그대로 쓰되 상황에 따라 채를 조금 더 열거나, 잔디 세기에 따라 그립 강도를 조금 바꿔주는 식으로 디테일을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황유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인비는 “여자 골프 붐이 일어나려면 슈퍼스타가 나와야 한다”며 “황유민은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처음 LPGA 투어 풀 시즌을 치르는 황유민에게 “쫄지 말라”는 조언도 건넸다. 박인비는 “가장 중요한 건 겁먹지 않고 도전하는 마인드와 ‘지금의 나 정도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라면서 “처음엔 낯선 환경에서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으니 누구나 힘들다. 하지만 골프는 그런 걸로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실력이 탄탄하면 세계 어디서든 상관없다. 황유민은 이미 충분히 기본기를 갖췄으니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응원했다.

◇“올림픽 金 꿈”…대선배 업적 따라가려는 황유민

이제 LPGA 투어 샛별이 된 황유민의 큰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다. “어릴 적부터 올림픽 경기는 거의 봤다”는 황유민은 박인비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장면도 TV 생중계로 시청했다. 황유민은 “당시 선배님 퍼트가 신들렸다고 생각될 정도로 홀 안에 다 떨어졌다. 정말 멋있었다”고 회상했다.

황유민은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인이 주는 감동이 상당하다”며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에도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2년 동안 좋은 성적을 내서 올림픽에 나갈 기회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인비는 지난 2016년, 116년 만에 열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땄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 세계 골프 사상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이뤄낸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대기록은 현재까지도 박인비만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2016년만 해도 골프에서는 올림픽이 크게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다. 당시 최정상급 남자 선수들 중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자부 박인비, 남자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환상적인 플레이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골프가 기대 이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올림픽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박인비는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무대에서는 선수들 간에 실력 차이가 종이 한 장”이라며 “당일 컨디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날 인터뷰 중에 몇 번이나 황유민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20년을 활동할 텐데 LPGA 투어 루키로 데뷔하는 내년은 시작점일 뿐”이라며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생각으로 첫 시즌에 임하면 오히려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인비(왼쪽)와 황유민이 지난 22일 경기도 여주시의 더 시에나 벨루토CC에서 열린 ‘2025 더 시에나 자선 프로암 대회’에서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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