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대한민국 농구가 '만리장성'을 넘었다. 그것도 중국 땅에서 승리하며 중국 농구를 침묵에 빠뜨렸다.
전희철 감독 대행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FIBA 랭킹 56위)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중국 베이징 우커쑹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7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1차전에서 중국(FIBA 랭킹 27위)을 80-76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적지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예선 첫 발을 떼게 됐다. 한국은 다음 달인 12월 1일 강원 원주DB프로미아레나로 장소를 옮겨 중국과 2차전 리턴매치를 치른다.
한국은 하윤기, 이현중, 이정현, 안영준, 이승현으로 스타팅 5를 꾸렸다. 궈스창 감독이 지휘하는 중국은 가오스옌과 정판보, 후밍쉬안, 저우치, 주준룽을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초반 저득점 양상이 이어졌다. 특히 중국은 손쉬운 레이업까지 놓치면서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도 중국의 높이에 고전하며 공격 작업이 그리 원활하진 않았다.

이현중이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연달아 3점포를 꽂아넣으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여기에 안영준과 이원석도 블록슛을 기록하며 중국의 공격을 막아냈다. 1쿼터는 한국이 24-16으로 앞선 채 끝났다.
한국은 2쿼터도 이현중의 3점슛으로 포문을 알렸지만, 중국에 반격을 허용하며 29-22까지 쫓겼다. 중국은 이현중이 벤치로 물러나자 피지컬을 앞세워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외곽 슈팅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좀처럼 쫓아오지 못했다.
심지어 가오스옌이 혼자서 레이업을 놓치는 등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열심히 "짜요!"를 외치던 중국 관중들도 술렁였다.
반대로 한국은 하윤기가 투핸드 덩크를 작렬하며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현중과 이정현의 잇단 외곽 득점까지 나왔다. 한국은 47-34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이현중이 전반에만 3점슛 6개를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3쿼터에도 점수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10점 이상의 격차를 유지했다. 3쿼터 중반엔 김보배가 투입되며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다만 한국도 변준형이 아쉽게 자유투 2구를 다 놓치는 등 더 달아나지 못했다. 중국도 계속해서 야투 난조에 시달렸지만, 이현중이 집중 마크에 고립되자 다른 쪽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며 고전했다. 다행히 이현중이 귀중한 3점포로 흐름을 끊었지만, 막판에 흔들리면서 61-52로 3쿼터를 마무리했다.
이현중의 원맨쇼가 계속됐다. 그는 마지막 쿼터에서도 먼 거리 3점포를 깔끔히 꽂아넣으며 중국 팬들을 침묵게 했다. 여기에 안영준도 완벽한 블록슛으로 반칙까지 얻어낸 뒤 직접 외곽포를 터트리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투혼의 수비를 펼치며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막판 슛이 번번이 림을 외면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아슬아슬하게 승자가 됐다.
3달 전 중국전 패배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어내는 원정 승리였다. 이현중은 지난 8월 2025 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중국에 패한 뒤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홀로 22점 7리바운드를 올리며 에이스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지만, 한국의 71-79 패배를 막지 못하며 펑펑 울었다. 하지만 이현중은 다시 만난 중국을 상대로 3점슛 9개 포함, 33점을 쓸어담으며 활짝 웃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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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IBA 제공,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