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남자 테니스의 현재이자 미래가 한국에서 격돌했다.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을 앞두고 국내에서 열린 이벤트 매치에서 세계랭킹 2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알카라스는 10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14’에서 신네르를 세트 스코어 2-0(7-5, 7-6)으로 제압했다.
이벤트 경기였지만, 시즌 첫 메이저를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열린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알카라스는 최대 라이벌을 상대로 흐름을 잡으며 호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쇼 매치를 넘어 사실상의 ‘사전 탐색전’이었다.
최근 2년간 남자 테니스를 양분해온 두 선수는 메이저 무대에서 번갈아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완성했다. ‘빅4’ 시대가 저물고 등장한 두 젊은 챔피언의 첫 한국 맞대결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티켓은 예매 오픈 10분 만에 1만1000석이 전석 매진됐다.
경기 전부터 분위기는 뜨거웠다. 알카라스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슈퍼매치는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웜업하기에 최적의 무대”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신네르 역시 “새 시즌을 앞두고 한국에서 알카라스와 경기하게 돼 기쁘다. 팬들과 즐기면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화답했다.
코트 위에서는 두 선수 모두 부상 방지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팬서비스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1세트 첫 게임부터 듀스가 이어지며 팽팽한 기 싸움이 펼쳐졌고, 게임마다 승부가 갈리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득점 때마다 관중의 환호를 유도하는 세리머니, 투어 대회에서는 보기 힘든 유쾌한 제스처가 만원 관중을 사로잡았다.
신네르가 경기 도중 손하트를 그리며 공을 팬에게 선물하자, 알카라스도 두 손으로 큰 하트를 만들며 맞불을 놨다. 1세트 막판에는 코트 사이드 라인 밖에서 각도 없는 샷을 주고받는 장면이 연출돼 감탄을 자아냈다. 승부는 5-5에서 갈렸다. 알카라스가 연속 두 게임을 따내며 1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는 또 다른 볼거리로 가득했다. 신네르가 관중석의 학생에게 라켓을 건네 코트에 들이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이 학생은 주눅 들지 않는 샷으로 점수를 따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결국 세트는 타이브레이크로 향했고, 이때부터 두 선수의 표정은 다시 진지해졌다.
7-6 매치 포인트에서 알카라스의 강력한 포핸드를 신네르가 어렵게 받아냈지만, 공은 네트에 걸렸고 승자는 알카라스였다.
이제 시선은 멜버른으로 향한다. 신네르는 2024·2025년 2년 연속 정상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한다. 반면 알카라스는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호주오픈 첫 우승을 노린다. 한국에서 열린 한 판의 예열전은, 곧 펼쳐질 메이저 결전의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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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