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품은 '주장' 최민정…진정한 '원팀' 女 쇼트트랙[올림픽]

스포츠

뉴스1,

2026년 2월 19일, 오전 05:21


스포츠에서 '원팀'은 흔하게 쓰이는 단어지만, 실제 원팀을 이루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제각기 다른 성격과 다른 상황에 놓인 이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원팀'이 돼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데에는 '주장' 최민정(28·성남시청)의 공이 결정적이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무엇보다 최민정 스스로의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품고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최민정, 김길리(성남시청), 노도희(화성시청), 심석희(서울시청)로 이뤄진 한국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4분04초01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18 평창 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선 은메달에 만족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택수 선수촌장은 쇼트트랙 대표팀이 엄청난 훈련량에 강인한 정신력까지 갖췄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그동안 쇼트트랙은 내부 갈등, 불화가 있었던 적도 있지만, 적어도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한다. 불협화음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사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엔 최민정과 심석희가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주역이었는데, 이후 일련의 사건들로 어색한 관계가 됐다.

심석희가 평창 대회 1000m 결선에서 최민정을 겨냥해 고의 충돌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나왔고, 최민정과 김아랑 등 대표팀 동료들을 향해 험담한 사실도 알려졌다. 심석희는 험담에 대해선 사과하고 고의 충돌은 부인했지만, 그를 향한 시선은 싸늘해졌다.

이후 최민정과 심석희 모두 대표팀 생활을 이어갔으나 예전 같은 사이가 유지될 수는 없었다. 계주에선 서로가 서로를 접촉하지 않는 순번에 배치됐고, 국제대회에서 함께 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올라도 심석희의 표정은 늘 어두웠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주장'이 된 최민정이 마음을 열었고 둘은 합심했다. 올림픽 이전 월드투어에서도 꾸준히 호흡을 맞췄고,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심석희의 생일 파티에는 최민정도 함께 했다.

이전까지 언론 인터뷰 등을 꺼리던 심석희 역시 최민정과의 관계 회복을 계기로 표정이 밝아졌다. 여자 쇼트트랙이 '진정한 원팀'이 된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계주 순번도 이전과는 달랐다. 심석희가 4번, 최민정이 1번을 맡아 심석희가 최민정의 엉덩이를 힘껏 밀어줬다. 신체 조건이 출중해 미는 힘이 좋은 심석희가 최민정을 힘껏 밀어 큰 가속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준결선에 이어 결선에서도 이 전략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경기 막판 심석희가 최민정을 두 차례 강하게 푸시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심석희-최민정으로 이어진 라인은 한국이 8년 만에 계주 금메달을 되찾은 '신의 한 수'였다.

한국이 금메달을 딴 데에는 5명 모두에게 동등한 공이 있겠지만, 최민정은 보다 특별하다. 최민정이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않았다면 쇼트트랙 대표팀은 하나로 뭉칠 수 없었다. 그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감안하면, 누구도 최민정의 '변화'를 강요할 수 없었고 그러지 않는 그를 비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최민정은 모두를 위해 마음을 열었다. 주장으로서 팀원을 하나로 뭉치게 해 원하는 결과를 내고 싶었고,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품었다.

최민정은 이번 금메달로 개인 통산 6번째 메달을 수확, 전이경과 박승희(이상 5개)를 제치고 쇼트트랙 종목 최다 메달 기록을 썼다. 전이경과 함께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 타이기록,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과 함께 동·하계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 타이기록도 달성하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명실상부 '전설'의 반열에 오른 최민정. 그는 압도적 실력을 넘어 인성과 성품까지도 '전설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금메달 확정 후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 뉴스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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