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동계 종목 관계자는 “이번 메달은 선수 개인의 투혼과 희생이 만든 결과”라며 “시스템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 출전한 이채운. 사진=연합뉴스
천장 누수로 얼음판 위에 비닐이 덮인 태릉빙상장. 사진=연합뉴스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최가온은 대회 직후 “일본에는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는데 한국에는 없다”고 말했다.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승은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웨이트 트레이닝 정도다. 일본에 자주 가다 보니 일본어가 늘었다”고 부연했다. 국내의 열악한 훈련 여건을 드러낸 뼈있는 농담이다.
스노보드 훈련의 핵심 시설인 에어매트는 눈이 없어도 점프와 회전 등 공중 동작을 연습할 수 있는 장비다. 일본에는 20곳이나 설치돼 있고, 중국도 이미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단 한 곳도 없다.
김수철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감독은 “에어매트가 있으면 선수들이 보다 과감하게 기술을 연습할 수 있고 완성도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주니어 선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설상 종목만이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의 노메달이다. 남자 매스스타트 정재원의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출전 선수는 8명으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가장 적었다. 국제대회 성적 부진으로 올림픽 출전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진 결과다.
훈련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국제 규격 경기장은 사실상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시설은 2027년 철거가 예정돼 있다. 태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문화재 정비 사업에 따라 사라질 위기다.
대체 빙상장 건립 논의도 진척이 없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했지만,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가 공모를 전격 중단됐다. 당사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결정이라는 게 체육계 중론이다.
이후 선거를 통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취임했지만 여전히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를 꿈꿨던 어린 선수들인 반복되는 열악한 상황에 운동을 포기하기 일쑤다.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을 맡은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현실이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가능성과 위기를 동시에 보여줬다. 스노보드의 약진은 희망적이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의 추락은 경고였다. 동계 종목 관계자들은 “선수 개인의 열정에 기대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번 올림픽의 성과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