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왜 골프장은 코끼리를 넣을 냉장고를 생각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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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4월 11일, 오전 05:00

사람들은 묻는다. 골프장은 왜 이렇게 친절한데 친절해 보이지 않고, 시설은 화려한데 왜 이렇게 불편해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사실 그렇다. 늘 골프장을 다니다 보니 습관적일 뿐, 그 불편함을 감지하지 못할 뿐이다.

요즘 골프장을 다니면서 가장 불편스러운 사항은 바로 주차장이다. 국내 골프장 10곳 중 8곳 정도는 주차 공간이 모자란다. 시간에 임박하게 온 골퍼들은 주차 공간을 돌면서 빈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맨다. 혹 발렛 파킹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자동차 키를 맡기고 환복하러 달려간다. 골프장에 도착해서 주차와의 전쟁으로 이미 해피한 골프 라운드는 끝났다.

왜 이렇게 골프장의 주차 공간은 부족한 것일까. 삼척동자도 알 일을, 공사 시작부터 캐디와 직원 자동차의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18홀 기준 최대 80팀으로 봤을 때 1부 40팀인 160명 기준, 적게는 160대 많게는 200대 정도의 공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2000년대 이전엔 이 기준이 맞았다. 캐디와 직원들은 대부분 통근버스 운행과 장내 기숙사를 이용했다.

그러나 세상은 변화하고 바뀌고 있다. 대부분의 캐디와 직원들은 자차로 출근한다. 18홀 기준 캐디는 50~60명에 이르고 직원들도 40명 내외이다. 그렇다면 최대 200대 공간을 기준으로 해도 당연히 100대 공간이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발렛 대행사에 임대를 줘 주차 공간은 더더욱 줄어들었고, 이 불편은 모두 고객들의 몫이다.

아니, 이 불편함이 반드시 고객의 몫만은 아니다. 골프장은 서비스업이고, 직장 내 만족이 좋은 서비스로 이어지는데 직원들 역시 주차난으로 마음이 불편하면 좋은 서비스가 나오겠는가. 특히 수도권 골프장을 가보면 주차 공간난으로 골퍼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그럼에도 왜 공간을 더 만들지 않는 것일까. 애초 클럽하우스와 골프장 코스를 지을 때 불필요한 보여주기식 시설과 매출을 배가시키는 공간 위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025년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선정됐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한다는 뜻이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그 변화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모습을 우리는 골프장 주차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도 포천의 A골프장은 고객, 캐디, 직원의 차까지 고려해서 공간을 확보했다.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A골프장은 최근 들어 주차 공간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공간 확보를 위해 연구 중이라고 한다.

국내 골프장들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시간당 30mm에서 50mm 관을 묻었다. 이후 100mm 관으로 교체하고 있지만, 이미 기후 전문가들은 150mm 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시류에 동승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많은 리스크가 따를 뿐이다.

사람들은 적이 나타나면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는 것을 미련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타조는 최대한 숙여 큰 몸으로 위협하고, 땅속 소리를 듣고 상대의 크기와 위치를 판단해 도망친다. 청력과 시속 80km의 빠른 속도가 있어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예측하고 대안으로 내놓으면 비웃거나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AI 시대가 올 거라고 누가 예측했겠는가. 그 판단이 성급한 것이 아니라, 예측은 많은 리스크 관리에 아주 중요하다.

이제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고 말하면 비웃을 것이 아니라, 코끼리 냉장고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괴변이라 말하지만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아주 작은 디테일로 예측한 것이 현실로 다가올 때는 이미 경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골프장은 지금부터 코끼리 냉장고에 대해 연구·고민해야 미래가 있다고 본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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