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노팅엄 포레스트 구단주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가 그리스 총리 조카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공개됐다. 축구계를 넘어 그리스 정치권과 언론계까지 얽힌 갈등이 공개석상에서 터졌다.
영국 '더 선'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마리나키스가 그리스 총리의 조카 그리고리스 디미트리아디스와 격렬한 충돌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25일 그리스 아테네 평화우호경기장에서 열린 유로리그 농구 결승전 도중 벌어졌다. 장소도 문제였다. 팬들이 가득한 경기장, 그것도 VIP석에서 벌어진 충돌이 CCTV에 그대로 담겼다. 현지 언론이 영상을 집중 보도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공개된 영상에는 계단을 내려오던 마리나키스가 디미트리아디스를 발견한 뒤 다가가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을 주고받는 듯했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 선은 마리나키스가 먼저 디미트리아디스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곧바로 디미트리아디스도 반격했고, 주변 관계자와 경호 인력이 달려들어 두 사람을 떼어냈다.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떨어진 뒤에도 고성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나키스는 이후 찢어진 셔츠 차림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오른쪽 눈 주변에는 멍 자국도 포착됐다. 올림피아코스 부회장 코스타스 카라파파스도 현장 언쟁에 휘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우발적 충돌로만 보기 어려운 배경도 있다. 디미트리아디스는 그리스 정계를 흔든 이른바 '그리스 워터게이트' 감청 스캔들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왔다.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불법 감시 의혹이 제기됐고, 그는 2022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 비서실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리나키스와의 관계도 오래전부터 좋지 않았다. 더 선은 마리나키스가 소유한 언론 매체들이 과거 디미트리아디스를 강하게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가면서 양측 관계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관련 사건의 일부 인물이 수감됐지만, 정부 관계자 기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치, 언론, 사법 이슈가 모두 얽힌 사안이었다.
마리나키스 역시 그리스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해운, 언론, 축구 사업을 동시에 움직이는 거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와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를 소유하고 있다. 대형 해운사 캐피털 마리타임 앤드 트레이딩 코퍼레이션과 미디어 기업 얼터 에고 미디어도 운영한다.
논란도 적지 않았다. 과거 심판 압박 의혹과 방화 사건 연루 의혹, 마약 밀매 수사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무죄 판결을 받거나 혐의를 벗었다. 이번 충돌이 더 크게 보도되는 이유도 그가 단순한 축구 구단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싸움이지만 파장은 경기장 밖으로 번지고 있다. 노팅엄 포레스트 구단주의 폭력 장면이라는 점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상대가 그리스 총리 조카라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까지 붙었다. 그리스의 오래된 권력 갈등이 스포츠 현장에서 다시 폭발한 모양새다. 사건 이후 양측의 법적 대응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팅엄과 올림피아코스를 모두 이끄는 마리나키스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담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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