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9에서 더 강했다…안세영, 레전드 해설도 놀란 5연속 득점 우승

스포츠

OSEN,

2026년 6월 01일, 오전 12:59

[OSEN=이인환 기자] 16-19. 벼랑 끝이었다. 하지만 안세영에게는 오히려 그 순간이 가장 강한 시간이었다. 두통과 고열을 안고도 마지막 5점을 몰아친 안세영이 싱가포르오픈 정상에 올랐다.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은 31일(한국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싱가포르오픈 결승에서 세계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2-1(21-11 17-21 21-19)로 꺾었다. 경기 시간은 1시간 5분. 안세영은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이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상태가 좋았던 경기는 아니었다. 안세영은 전날 천위페이(중국)와 준결승 도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휴식을 취했다. 경기 뒤에는 BWF 공식 인터뷰를 통해 “1게임 때 무리해서 두통과 고열에 시달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승을 앞두고 몸 상태가 변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출발은 좋았다. 안세영은 1게임 초반 6-6까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다 이후 완전히 경기 강도를 끌어올렸다. 야마구치가 수비 범위와 템포 변화로 맞섰지만, 안세영은 셔틀콕을 상대가 받기 어려운 방향으로 밀어 넣으며 흐름을 가져왔다. 21-11. 첫 게임은 안세영의 완승에 가까웠다.

BWF 국제신호 영어 중계를 맡은 해설진도 감탄했다. 영국 배드민턴 레전드 출신 해설위원 질리언 클라크는 안세영의 네트 앞 처리에 “믿기 어려운 컨트롤”이라고 평가했다. 덴마크 대표팀 감독 출신 스틴 페데르센도 안세영이 야마구치의 패턴을 읽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결승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2게임 중반부터 야마구치가 반격했다. 셔틀 속도를 높이고 랠리의 방향을 바꾸면서 안세영의 실수를 끌어냈다. 안세영도 소극적인 장면이 늘었다. 결국 2게임은 야마구치가 21-17로 가져갔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안세영에게는 부담이 커지는 흐름이었다.

승부는 3게임 막판에 갈렸다. 16-16에서 야마구치가 3연속 득점하며 16-19로 달아났다. 우승은 일본 선수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이때 클라크는 “승부는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안세영은 한 단계 더 끌어올린 플레이를 보여주곤 한다”고 말했다. 해설자의 예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안세영은 무너지지 않았다. 긴 랠리에서 버티고, 짧은 공으로 야마구치의 전진을 흔들었다. 상대가 마지막 두 점을 가져가려는 순간마다 코스를 바꾸며 흐름을 끊었다. 16-19에서 시작된 추격은 20-19 역전으로 이어졌다. 페데르센도 “이런 순간에 안세영이 한 단계 더 보여준다고 말했는데, 결국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낸다”고 감탄했다.

마지막 점수까지 안세영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21-19. 안세영이 5연속 득점으로 결승을 뒤집자 클라크는 “올림픽 챔피언 안세영이 승리를 거둔다. 오늘 우리는 클래식한 명승부를 목격했다”고 극찬했다. 페데르센 역시 야마구치에게도 찬사를 보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안세영이 한 수 위였다”고 평가했다.

안세영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타이틀 추가가 아니었다. 몸 상태가 흔들렸고, 3게임 막판에는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경기 수준을 끌어올렸다. 세계 1위와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이름이 왜 붙어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싱가포르에서 원하는 우승컵을 들어 올린 안세영은 곧바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이동한다. 6월 2일 개막하는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몸은 무거웠지만 결과는 또 안세영이었다. 위기의 16-19에서 더 강해진 장면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mcadoo@osen.co.kr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 아시아배드민턴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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