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마테우스 쿠냐가 손가락 다섯 개로 답했다.
브라질은 30일(한국시간) 일본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2-1로 이겼다. 전반 29분 사노 가이슈에게 먼저 실점했지만, 후반 카세미루의 헤더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의 결승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브라질은 무너질 듯 보였던 90분을 버티고 다음 라운드로 갔다.
경기 종료 직후 쿠냐의 제스처가 시선을 잡았다. 그는 일본 벤치 쪽을 향해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 횟수였다. 말로 설명할 필요 없는 숫자였다. 1958년, 1962년, 1970년, 1994년, 2002년. 별 다섯 개가 브라질 유니폼 위에 달려 있다.
표적은 시오가이 겐토였다. 일본의 21세 공격수는 경기 전 브라질을 두고 과거에는 강했지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네이마르를 언급한 대목까지 더해지면서 브라질 쪽에서는 모욕처럼 받아들였다. 쿠냐의 손가락은 그 발언에 대한 짧고 거친 응답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에게 이 경기는 단순한 32강전이 아니었다. 전반은 자존심이 흔들린 시간이었다. 일본은 브라질을 잘 막았다. 공을 오래 잡은 쪽은 브라질이었지만, 더 날카로운 첫 장면은 일본에서 나왔다. 사노가 패스 미스를 가로챘고, 카세미루 앞을 지나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브라질의 얼굴이 굳었다.
후반에는 왕국의 힘이 살아났다. 안첼로티 감독은 크로스와 박스 침투를 늘렸다. 일본 수비는 전반처럼 간격을 지켰지만, 브라질은 계속 압박했다. 후반 11분 카세미루가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의 공을 머리로 마무리했다. 실점 장면에 얽혔던 베테랑이 직접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장면은 아스널 공격수 마르티넬리가 가져갔다. 후반 추가시간 일본 진영에서 공이 끊겼고, 브루노 기마랑이스가 침착하게 기다렸다. 마르티넬리는 왼쪽에서 공을 받아 골문 안으로 찔렀다. 일본의 꿈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브라질은 그제야 크게 포효했다.
쿠냐는 승리 뒤 SNS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시오가이를 가리키는 사진과 함께 브라질을 향한 존중을 요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렸다. 경기장에서 손가락 다섯 개를 펼친 뒤 온라인에서도 같은 감정선을 이어갔다. 거친 제스처였고, 일부 팬들은 불필요한 도발이라고 봤다. 하지만 브라질 선수단 안에서는 유니폼과 별을 지키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장면이었다.
쿠냐의 위치도 묘하다. 그는 브라질 공격의 절대 상징이 아니다. 네이마르도 있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도 있고, 마르티넬리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장면에서는 누구보다 앞에 섰다. 브라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 앞에서 월드컵 우승 5회를 꺼낸 선수는 쿠냐였다.
시오가이는 경기에서 뛰지 못했다. 벤치에 앉아 일본의 선제골, 브라질의 동점골, 추가시간 역전골을 모두 봤다. 말이 먼저 나갔고, 몸으로 답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쿠냐의 제스처는 더 아프게 꽂혔다. 일본이 이겼다면 시오가이의 발언은 배짱으로 남았을 수 있다. 패배 뒤에는 브라질의 반격을 부른 문장으로 남았다.
브라질은 완벽하지 않았다. 전반은 흔들렸고, 일본의 압박에 막혔다. 그래도 브라질은 브라질이었다. 한 골을 먼저 내주고도 카세미루와 마르티넬리로 뒤집었다. 쿠냐의 다섯 손가락은 세련된 승리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브라질이 여전히 자신들을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