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자이언츠 좌완투수 김진욱, 사진=연합뉴스
김진욱은 강릉고 2학년이던 2019년 3학년 형들을 제치고 고교 최고 투수에게 주는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선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류현진-김광현-양현종의 왼손 에이스 계보를 잇는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입단 후 첫 3년 동안 매년 6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렀다.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갖췄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해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가운데로 밋밋한 공을 던지다 장타를 허용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2024년 선발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듬해 다시 부진했다. 특급 유망주라는 수식어는 어느새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김진욱의 야구 인생을 바꾼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체인지업이라는 신무기를 통해 말 그대로 야구 인생도 ‘체인지업(Change up)’ 됐다.
변화는 간절함에서 시작됐다. 김진욱은 2024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대선배’ 류현진을 직접 찾아갔다.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는 프로 타자를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체인지업의 그립과 원리를 물었다. 김진욱은 “프로에서 단순한 패턴만으로 계속 승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모두 던져봤지만 체인지업을 제대로 연마하고 싶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무작정 찾아온 김진욱에게 자신의 체인지업 노하우를 알려줬다. 물론 김진욱이 류현진과 똑같은 체인지업을 던질 수는 없었다. 대신 류현진에게 얻은 힌트를 바탕으로 구단 데이터 팀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공을 찾았다. 과거 롯데에서 뛰었던 댄 스트레일리의 체인지업 자료를 참고했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왼손 투수 타릭 스쿠벌의 투구 영상도 반복해서 살폈다.
그렇게 만든 체인지업은 전형적인 체인지업과 조금 다르다. 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그립으로 잡고 슬라이더처럼 팔을 휘두르지만, 공은 슬라이더의 반대 방향으로 떨어진다. 직구, 슬라이더와 팔 스윙이 비슷해 타자는 공이 손을 떠난 뒤에야 구종을 알아차릴 수 있다.
왼손 투수 김진욱의 슬라이더가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휘어든다면 체인지업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간다. 같은 팔 동작에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타자 입장에선 더 혼란스러워진다.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장착하면서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까지 함께 올라가다.
투구 동작도 뜯어고쳤다. 김진욱은 비활동 기간 사비를 들여 일본의 야구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이전에는 공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는 데 집중했다. 일본 연수를 통해 앞발이 땅에 닿는 순간 몸통을 빠르게 회전하는 방법을 익혔다. 하체의 중심 이동과 상체 회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구속과 제구가 동시에 좋아졌다.
올 시즌 성적이 변화를 증명한다. 김진욱은 전반기 16경기에서 5승 4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수는 5승에 머물렀지만, 평균자책점 리그 5위, 피안타율 0.239로 4위에 올랐다. 5승도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이다.
무엇보다 볼넷이 줄었다. 김진욱은 76개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27개만 허용했다. 예전처럼 제구가 무너져 스스로 위기를 키우는 일이 줄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반기 가장 잘한 선수로 김진욱을 꼽았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제구가 안 되면서 카운트를 잡으려고 밋밋한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1~2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금방 자기 페이스를 찾는다. 경기 운영을 익힌 것 같다”고 했다.
김진욱은 단순히 잘 던지는 투수를 넘어 긴 이닝을 책임지는 에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올 시즌 전반기 94⅔이닝을 던졌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리그 전체로도 7위에 해당한다. 롯데는 2014년 장원준 이후 두 자리 수 선발승을 거둔 국내 왼손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김진욱은 12년 동안 끊긴 롯데 좌완 10승 계보에 도전한다.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마운드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욱은 자신의 전반기에 100점 만점 중 75점을 줬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늘 머릿속에 남아있단다. 그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팀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승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가장 큰 목표는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